中 “LG화학, 후발주자 SK이노 견재…韓정부, 중재나설 것” 주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각 사>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원한 관계는 LG화학의 견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1일 <중국자동차신문(中国汽车报)> 등 중국 매체들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양사 갈등과 무관치 않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 ‘연속극’ 보듯…계속되는 양사 갈등

현재 양 사는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놓고 갈등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갈등은 LG화학이 지난 4월 美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 76명을 빼가며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것.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어 이달 3일엔 美 ITC와 연방법원에도 특허침해 소송을 낸 상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근거 없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건의 재발 방지를 약속한 가운데 배상 문제를 논한다면 대화할 수도 있다”는 밝혔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인력 채용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우리의 주력 기술과 생산품이 LG화학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핵심기술을 빼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영업 손실을 끼쳤다”며 “국가 전체적인 산업경쟁력도 저하시켰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양 사의 이같은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12월에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LG화학은 자사 핵심 기술진 5명의 이직을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이 가운데 2명의 이직을 2년간 불허한 바 있다.

■ SK이노베이션의 성장에 긴장하는 LG화학…갈등의 씨앗?

매체는 SK이노베이션의 가파른 성장을 갈등의 ‘씨앗’으로 지목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삼성SDI‧파나소닉 등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이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대규모 배터리 생산 체계 가동 이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다임러 AG‧폭스바겐 등과 대형 사업을 체결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체는 특히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 초대형사업 수주를 갈등의 도화선으로 꼽았다. 매체에 따르면 원래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급업체는 LG화학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순 폭스바겐은 위험 분담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루트 확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폭스바겐 사업 수주로 ‘의기양양’해진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확장도 추진했다. 16.7억 달러를 들여 美 조지아주 잭시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올해 3월 착공한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5GWh 규모다. 이는 폭스바겐 美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겨냥한 것이다.

매체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계 선구자 지위를 가진 LG화학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가파른 성장에 긴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매체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놀라운 발전 속도가 자사의 핵심인력 유출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폭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이 독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에 합의한 것도 LG화학을 분노케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기밀 침범을 고발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리튬전지와 기초 설비의 미국시장 진입 금지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체는 한국 정부가 이 같은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도 내다 봤다. 한국 기업 간 소송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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