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임기 만료를 반년 앞둔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두 번째 연임 가능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임기 내 농협은행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지주 차원 성장세를 견인한 만큼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 속에 농협 특성상 연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은 1981년 농협대학교를 졸업하고 포천농협에 입사, 1985년 농협중앙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농협 안성교육원 조교수와 경기도청 출장소장으로 근무, 2009년 농협중앙회 서수원·광교테크노밸리 지점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농협은행으로 이동해 프로젝트금융부장, 경기·서울지역 영업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 이사를 역임했고 약 2년만인 2017년 12월 농협은행장에 임명됐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 압도적 성과, 실적 부문에선 연임 가능성 충분

지난해 NH농협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7.5% 증가한 1조2226억 원이다.

NH농협은행 순이익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임 이경섭 전 행장 당시 2017년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6521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2016년, 1111억 원) 대비 5배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성장세였다.

때문에 후임 이대훈 행장으로선 실적 압박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농협은행 사상 최초로 2018년에 '순이익 1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한 상황이다.

특히 비용부문 감소가 부각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부분에서 큰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12조4504억 원으로 전년(12조9221억 원) 대비 4717억 원(3.7%) 감소했지만 영업비용이 10조4663억 원으로 전년(11조7302억 원) 대비 1조2639억 원(10.8%) 감소해 순이익은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자비용과 수수료지급비용이 3조73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21억 원 가량 증가했지만 대손상각비와 기타 영업비용은 2017년 말 5조6102억 원에서 지난해 말 3조6166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NH농협은행 수익 및 비용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총여신이 증가한 반면 고정이하 여신이 감소해 대손상각비가 6622억 원으로 전년(1조215억 원) 대비 무려 35.2%나 감소했다.

NH농협은행 대손상각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또한 자기자본 운용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의 경우 7.95%로 전년(4.52%) 대비 3.43%포인트가 증가했다.

기업의 일정기간 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누어 계산한 총자산순이익률(ROA)도 0.43%로 전년(0.25%) 대비 0.18%포인트 증가했으며 순이자마진(NIM)도 1.77%에서 1.89%로 0.12%포인트 증가했다.

건전성 부분의 개선도 눈에 띄는데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2017년 말 78.55%에서 지난해 말 94.02%로 15.47%이라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3%에서 0.89%로 0.14% 감소했고 연체율도 0.44%에서 0.41%로 소폭 감소하는 등 건전성 개선도 성공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다.

NH농협은행 수익성 및 건전성 지표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 현장 위주의 경영과 ‘디지털 전환’ 비전

이대훈 행장의 경영전략은 현장경영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이 행장은 포천농협에 입사한 이래 교수, 소장, 지점장 등 농협 내 다양한 업무를 골고루 경험한 인사로 특히 영업 현장에서 그의 강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2014년 경기지역과 2015년 서울지역의 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면서 각각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영업실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영업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농협 관계자들은 이런 이 행장의 영업능력의 비결로 ‘현장 경영’을 꼽고 있으며 이런 점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장 취임 당시를 비롯, 올해 초에도 두달에 걸쳐 전국 영업본부를 순회했으며 2년차인 현재까지도 정기적으로 전국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직접 체크하며 개선방안 검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본사에서 뵙기 힘들만큼 현장 방문에 공을 들이시고 있다”라며 “이런 적극적인 점이 지난해 호실적의 주요 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대훈 행장의 또 다른 강점은 ‘디지털 전환’의 비전이다. 이 행장은 취임 초부터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숙원사업’이라 표현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19일 이 행장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마련, 매주 한번씩 출근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달 19일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디지털혁신캠퍼스에 마련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올해 4월 출범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NH농협금융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특화공간으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는 핀테크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행장은 해당 캠퍼스를 통해 농업·금융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을 선발하고 사무실과 경영관리 프로그램과 지분투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오픈 API의 역량을 강화하고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등 향후 농협은행을 혁신적인 ‘디지털 뱅크’로 체질개선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빅데이터 플랫폼인 ‘NH빅스퀘어’를 구축해 최근 고도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9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통과되자 투자여부를 검토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대해 적극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지역에선 현지에 맞게 ‘올원뱅크’ 앱과 수수료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으며 향후 디지털 부문의 역량을 활용해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신남방 지역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 압도적인 성과에도 불투명한 연임여부

문제는 연임여부의 불투명성이다. 이대훈 행장은 경험과 실적, 경영능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연임 여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것은 농협 계열사의 특징 때문이다.

농협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2년 농협은행이 출범한 이래 7년 간 4명의 행장이 취임했으며 이 행장 전임 3명의 행장들은 당시 임기가 2년이었다.

하지만 2016년 말 당시 김용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통해 부실자산을 처리하며 악화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 CEO의 임기를 1년으로 줄이는 초강수를 뒀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전 회장(왼쪽)과 김광수 회장 <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2017년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3210억 원에서 8598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건전성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짧은 임기 때문에 CEO들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중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던 상황이다.

이에 김광수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짧은 임기를 언급하며 “자회사 CEO 평가방식을 단기실적에서 벗어나 중장기 계획의 수립과 이행 전략을 중심으로 평가방식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금융 관계자들은 김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며 사상 최초로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데다 디지털금융이나 현장 경영 등에서도 ‘코드’가 맞는 이 행장의 연임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이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농협 내 시스템적인 문제에 근거한다.

내부 규범으로 연임 횟수가 제한되진 않지만 기존 행장들의 임기가 2년이었던 만큼 관례 상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농협 내부에서도 임기를 채우면 후배를 위해 물러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광수 회장이 개편을 언급했지만 김용환 전 회장이 설정한 임기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지난 연임도 본래 1년 임기가 종료되면 이사회의 경영평가를 통해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터라 실질적으로 재신임에 가까웠다는 것이 농협 관계자들의 평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권에서도 유독 강한 편에 속한다”며 “실적과는 무관하게 연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농협 내부 인사가 많은 만큼 순환 차원에서 교체될 가능성도 높다”며 “내년 김병원 중앙회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단행될 중앙회 인사 개편의 일환으로 이 행장이 중앙회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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