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배후엔 정치가, 현실의 배후엔 역사가 있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기본조약’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중국KankanNews(看看新聞) 캡처>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간 갈등이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의 한 연구소가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리카이셩(李開盛) 부원장은 최근 자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한일 무역 분쟁의 배경…원한과 애증’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방송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배경엔 강제 징용 배상 문제가 있다’는 주제로 “일본은 일본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갈등의 중심엔 1965년 일본이 박정희 정권과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이 놓여있다. 이 조약에 대한 시각차로 현재까지도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이 조약을 지키지 않아 ‘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일기본조약을 근거로 양국 국교가 정상화됐고 청구권 문제도 해결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철저하게 해결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조약에 근거해 당시 배상금 3억 달러와 차관 2억 달러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리카이셩(李開盛) 부원장이 중국의 한 뉴스 방송에 출연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갈등과 이에 대한 배경을 역설하고 있다.<사진=중국KankanNews(看看新聞) 캡처>

반면 한국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정권이 체결한 조약은 국내에서도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반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이어 “박정희는 계엄령으로 반대 여론을 눌렀다”며 “박정희는 배상금을 경제발전에 주로 쓰고 노동 피해자에겐 너무 적게 할애했다”며 범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데다 당사자의 실질적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 내부에서도 이를 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정부와 민간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 ▲정부와 사법의 차이가 그것이다.

민간에서는 1965년 체결된 조약은 국민 배상 청구권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박정희 정부가 체결한 조약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의 ‘민간 측 배상청구권은 아직 남아있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배상청구권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정부와 사법기관 간 시각차도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강제 징용 문제를 재조사했지만 이를 뒤집진 못했다. 하지만 2012년 헌번재판소는 “민간 개개인은 배상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반되게 위안부‧징용문제에 접근했다.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을 명령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선 차압을 실행키로 했다.

특히 리 연구원은 “일본은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역사 인식을 완강히 거부했다”며 “아베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며 제재를 가할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아베는 다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시기를 조율해 왔을 뿐”이라며 “G20회의가 끝나고 참의원 선거가 도래하는 시기인 지금이 문재인 정부에 칼을 대는 적기로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분야 한 전문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배경을 역사적으로 잘 분석했다”며 “한일 간 갈등의 원인을 중국인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인으로서 맹목적 감정대립보다는 역사 배경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명확한 역사 인식이 가능할 때 일본의 의도를 더 잘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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