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저지른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신한은행장이던 2015년 3월부터 2년여 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한 것이다.

조 회장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하고 원(ONE)신한을 강조했다.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경솔한 행보다. 그가 진정 '차별있는'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꼭 해야 할 일은 청년 구직자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금번 사안은 신한금융 입장에선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좋은 일을 위해선 그만큼 탈이 많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줄곧 KB금융지주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전쟁을 치루며, 하반기에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59.15%를 2조2989억 원에 사들여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을 통한 종합 금융그룹 1위사로의 도약을 기치로 내걸은 상태다.

사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채용비리 의혹은 있어 왔으나 시류(時流)의 한 걸음 뒤에서 조심스럽게 사정당국의 조사를 관망해왔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등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검찰에 고발되던 시점에도 별다른 무리 없이 넘겼던 그들이다.

그러다가 조 회장의 비리가 재차 불거져 8년 전 이른바 ‘신한사태’ 때 피해를 본 전·현직 임직원이 채용비리 관련 사안을 제보해 금융당국에 의한 보복성 조사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등 조직 내부의 온갖 잡다한 낭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조 회장은 구속영장 청구 기각 후 발 빠르게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하고 “외부의 낭설에 현혹되지 말고 원(ONE)신한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사과했다.

명백한 착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청년(15~29세)실업률은 9.4%로 나타났다. 분기로만 따지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10.4%)을 기록하면서 이들을 향한 사과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 고공행진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3분기로 보면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8%까지 올랐다가 2011∼2012년 6.8%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반등해 2016년 9.3%로 9%대로 진입했으며, 올해까지 3년 연속 9%대를 유지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전선에서 채용비리를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신한금융그룹의 구태의연한 '적폐' 해명에 분개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한숨을 들어야 한다.

한국경제의 혈맥으로써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한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일자리와 일거리에 목말라하는 취준생을 위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라는 것. 조 회장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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