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4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황 회장, 구 모 사장, 맹 모 전 사장, 최 모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법인 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 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000여 만원을 조성해 이 가운데 4억 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KT는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46명에게 1억6900만원, 20대 국회에서는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7290만원을 후원해 모두 99명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을 포함해 27명 명의로 후원금을 냈다.

후원금은 당시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특정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이 KT와 관련된 중요 현안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의 사안이 있었다.

KT는 임원별로 입금 대상 국회의원과 금액을 정리한 계획서를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기 등을 따져볼 때 KT가 자사와 관련한 여러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고자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당 현안 가운데 KT 측에 이로운 방향으로 처리된 사안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금이 입금되면 CR부문 직원들이 입금자인 임원들의 인적사항을 의원 보좌진 등에게 알려주며 KT 쪽 후원금임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후원 계획부터 실행까지 황 회장에게 보고됐고, 회장으로부터 일부 지시도 있었다는 CR부문 임원들의 진술과 문서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KT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단체의 자금임을 알면서도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 관계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몇몇 의원실에서는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나 협찬을 요구하고, 보좌진이나 지인 등을 KT에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해 실제로 채용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내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차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한편, 황 회장 측은 경찰에서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고, CR부문의 일탈행위로 판단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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