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임창열 기자] 사업주를 포함한 직장동료들과 술자리에 참여한 후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직원에게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술자리 모임이 사업주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모임이어서 ‘업무상 회식’으로 볼 수 없으며 고인의 사망은 음주음전과 신호위반을 통해 스스로 자초했다는 취지다.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김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망한 김모씨는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직원으로 근무해 왔으며 2016년 7월 17일 밤 10시쯤 사업주 부부와 직원들이 치킨과 맥주를 나눠먹는 자리에 함께했다.

당시 사업주는 김모씨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오고 싶은 사람은 오라고 알렸고, 직원 13명 중 김모씨를 5명이 모였다.

식사는 밤 11시 30분까지 이어졌으며 김모씨는 맥주 500ml 한 잔 이상을 마셨다. 이후 술집에서 나와 직원들과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정 무렵에 귀가 길에 나섰다.

김모씨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 하던 도중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질주하다 우측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김모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당시 저녁 식사 모임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업무상 회식에 해당한다. 사업주가 제공한 출퇴근용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사고가 났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했다.

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했으며 이에 유족들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의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가 맞지만 해당 식사자리는 업무상 회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공단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모임은 사전에 예정되지 않았으며 직원 중 일부가 즉흥적으로 사업주 부부의 식사에 합류해 이뤄진 것으로 참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때문에 업무상 회식이라기보다는 근무를 마친 후 시간이 되는 동료들과 함께 한 술자리로 봐야함이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모씨는 모임에서 맥주 500ml 한 잔 이상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통수단이 아닌 배달용 오토바이로 귀가했으며 김모씨의 음주운전과 신호위반이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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