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 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매각작업이 실패로 돌아간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에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투입되면서 수장 인선 파열음이 또 다시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자사 출신이 최고경영자(CEO)에 앉아야된다는 편협된 순혈주의 탓이 아니다. 김 후보자가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업계 톱5 건설사를 거친 강점에도 불구하고 뇌물혐의 경력, 도심 싱크홀 공사책임 등 흠결이 적지 않다는 시각 때문이다.

과거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낙하산 사장 논란이 있는 인사를 낙점할 때마다 반대 목소리를 내온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에도 사퇴 촉구 집회를 강행하기로 해 사장 취임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18일 위원회를 열고 김형 전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김 후보자는 토목 전문가다. 현대건설 출신으로 삼성물산 시빌(토목)사업부장과 포스코건설 글로벌인프라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33년간 국내외 토목 현장과 본사를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사추위는 "현대건설 재직시 저가 수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던 스리랑카 콜롬보 확장 공사에 소장으로 부임해 공사를 성공적으로 갈무리했다"며 "삼성물산에서도 시빌사업부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등 굵직한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선장을 바라보는 대우건설 내부의 기류는 다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현대건설 현장소장 근무 당시 광양항 컨테이너 공사 발주와 관련해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건에 연류돼 구속 수감된 전력이 있다.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서울지하철 9호선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에 책임을 지고 2014년 사임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밀실야합식 사장 선임"이라며 "산은은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40명에 가까운 인물이 사장 후보에 지원했는데 전과 이력이 있는 사람을 사장 후보로 추천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김 후보자는 2011년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재직 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유발했던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이로 인해 퇴직처리 된 인물"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추위는 지난달 사장 공모 공고문에서 신임 사장의 자격 요건 중 하나로 '도덕성 및 윤리성이 검증되고,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사유가 없는 분'이라는 단서조항을 단 바 있다.

노조는 이 조항에도 불구 산은이 김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산은은 2016년의 사장 선임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겉으론 외부 인물을 포함해 공정하게 사추위를 꾸린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대우건설 사외이사 중 산업은행의 입맛에 맞는 인물만 포함해 사추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은은 앞서 2016년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노조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계속되자 사추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후보자가 뇌물 공여 사항에 대해 당시 검찰 조사는 받았으나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사실이 없다"며 "서울지하철 9호선 ‘싱크홀 사건’ 발생때 현장 책임자였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사추위는 "2015년 포스코건설로의 이직 역시 공식적인 스카우트 제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선임을 둘러싼 잡음의 핵심은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은과의 유착 여부다.

사추위 위원은 전영삼 산은 부행장과 양채열 산은 사외이사, 최규운·우주하 대우건설 사외이사,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 등 5명이다. 지난 4월 인적 진용을 개편해 기존 멤버 외에 권 원장을 새로 포함시켰다.

권 원장을 제외하면 산은 또는 관료 출신이다. 권 원장도 주택산업연구원이 국토해양부의 산하단체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협회가 공동출연한 연구기관이어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권 원장은 주택부문이 '전공'이어서 사추위에 건설 전문가는 1명도 없는 셈이다.

산은은 금주 중 대우건설 이사회를 열고 김 후보자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는 방침이나 노조 등의 반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노조는 오는 23일과 25일 산업은행을 항의 방문해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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