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 명예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의 미수연(米壽宴)에 참석한 LG그룹 오너 일가. 사진 앞줄 맨 왼쪽이 구본무 LG그룹 회장, 뒷줄 왼쪽 두번째부터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사진=LG그룹>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구본무 LG그룹의 회장의 위중설이 또 나오며 LG그룹의 후계 구도에 다시 관심이 모아진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는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구본무 회장(73)의 장남인 LG가 4세 구광모 상무(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40)를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갑작스런 구 상무의 (주)LG 사내 이사 내정은 구본무 회장의 와병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에 대해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있어 주주 대표가 추가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후계 구도를 대비하는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일흔을 넘겨 LG가의 ‘70세 퇴진룰’을 지난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에서 뇌 관련 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를 해오다 최근 상태가 악화돼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올 초에도 위중설이 돌았다.

구 상무의 (주)LG 사내 이사 선임은 창업주부터 이어온 LG가의 '장자(長子) 승계' 원칙에 따른 그룹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 2015년 (주)LG의 상무로 승진하는 등 승계 수순을 밟아 왔다.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신성장 사업의 한 축인 정보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마흔으로 능력 검증도 안되고 승계 자금도 부족한 양아들 구 상무가 삼촌인 구본준(67) 부회장을 대신해 구본무 회장의 바통을 이어 LG그룹을 이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세청의 구광모 상무를 겨냥한 듯한 강도 높은 세무 조사와 검찰의 LG그룹 압수수색의 배경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국세청은 구 상무의 승계 자금줄인 판토스의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LG상사를 비롯해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구광모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69)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 일가 일부를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달 9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구광모 상무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4남 2녀중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구본무 회장의 조카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따라 2004년 구연수, 구연경씨 등 딸만 두 명을 둔 구본무 회장의 장남으로 입적됐다.

국세청은 판토스에 LG그룹 오너 4세들의 주식 자산이 몰려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토스는 LG상사가 가진 지분이 51%, 구광모 상무(7.5%)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이 19.9%로 상장을 통해 구 상무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LG상사는 지난 15일 711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LG그룹은 순환출자없이 (주)LG를 지주회사로 주력 계열사들이 수직 계열화가 돼 있어 승계 작업이 단순하다.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는 등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증여세만 적법하게 내면 승계가 끝난다.

구광모 상무의 (주)LG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6.24%로 구본무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하지만 구 상무가 승계를 위해 (주)LG의 주식을 살돈을 마련하거나,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상속분의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기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주)LG의 23일 종가(7만88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3조5975억원이다.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를 그대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약 7670억원의 증여세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구광모 상무는 (주)LG, LG상사, 판토스 등에만 지분을 갖고 있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나 LG화학에는 개인 지분이 없다.

하지만 LG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벌어들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판토스는 문재인 정부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막혀 LG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어려워졌다.

구광모 상무는 지분 승계 때까지 경영 능력도 입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단행된 2018년 LG그룹 임원 인사에선 상무 직함을 단지 3년이 지나 전무 승진이 주목됐지만 승진에서 배제됐다. 

창업주부터 이어져온 70세 용퇴룰을 감안하면 구 상무가 구본준 부회장의 남은 3년 여 임기 동안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주)LG의 이사회는 구본무 회장, 하현회 부회장, 김홍기 전무(재경팀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구광모 상무는 김홍기 전무가 퇴임한 자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현회 부회장(61)은 구본준 부회장의 핵심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은 오는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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