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 현대모비스의 주가를 끌어올려 수백억대 이익을 거두며 현대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존속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낮을수록,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을수록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에 유리하게 짜여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오버랩되며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엘리엇,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반대’ 압박 왜?

엘리엇은 11일 현대자동차그룹 현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본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 개편안이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며 △타당한 사업 논리 결여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합병 조건을 제시하지 못함 △실질적으로 기업경영구조를 간소화시키지 못함 △현저한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적 대책 결여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 향상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방안 결여 등 세부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엘리엇은 3월 28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자신들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6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들 업체의 주식에서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4월 23일에는 현대차그룹에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 조정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3명) 추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부분을 인적 분할해 한쪽을 현대글로비스에 합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 모듈·AS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미래차부품·투자사업 등 존속부문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4개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개편 이후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존속 모비스와 현대차 및 기아차를 거쳐 합병 글로비스와 현대제철을 지배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개편안이 존속 모비스의 가치가 낮을수록, 합병 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을수록 정몽구 회장 부자의 이익이 올라가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인적 분할로 수익 구조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이다.

현대글로비스로 넘기는 모듈·AS부문은 지난해 기준 10.2%의 영업이익률을 남긴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이다. 모비스에 남는 미래차부품·투자사업 등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 주주는 모듈·AS부문을 현대글로비스로 넘기는 대신 주식 1주당 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받는데 엘리엇은 이 비율이 모비스 주주인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비율(0.79 대 0.21)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비율(1 대 0.61)은 기존 현대모비스 1주를 보유한 주주가 모비스 존속법인 주식 0.79주와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보유하는 구조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에도 물산 지분의 7.12%를 들고 합병에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합병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6억7000만달러(약 7182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도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ISD(투자자-국가분쟁) 중재의향서의 내용도 12일 법무부에 의해 공개됐다.

◆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활용해 그룹 승계?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그룹 승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가진 최대주주다.

글로비스의 지분율은 정몽구 회장 6.71%, 현대자동차 4.88%, 현대차정몽구재단 4.46%, 빌헬름센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Den Norske Amerikalinje AS) 12.04% 등이다. 

현대모비스의 주력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는 방안을 택한 것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떨어지고 글로비스 주가가 오르면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 주식의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7월30일이 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등 관계사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기아차, 현대제철, 글로비스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 반대 조치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질때마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의 주가가 오르며 엘리엇은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거두는 반면 정몽구 회장 부부는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고 있다.

현대차가 엘리엇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주식의 매입에 나서 모비스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  11일 엘리엇의 반대표 행사 발표 이후에도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2.38%나 뛰었다.

◆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표를 주주들에게 권고하고 나서면서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선 현대모비스 분할 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엘리엇이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1.5% 수준에 그쳐 현대모비스 지분을 9.82%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표대결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주주는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주주가 47.77%에 달한다. 기아자동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우호지분은 30%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현대모비스 분할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수 있지만 반대할 경우 분할·합병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 주식을 사들이는 주식매수청구권(행사 기준 23만3429원) 금액으로 2조원을 책정했다. 이는 반대 주주 지분 9%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인데 주총 직전 모비스의 주가가 23만3429원을 밑돌면 매수청구권 차익을 노리는 반대 주주가 몰릴 수 있다. 2조원이 동나면 분할·합병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

분할·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참석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대모비스의 우호 지분은 현재 30.17%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집중 전개하며 상당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엘리엇의 11일 반대표 행사 발표 직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사업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한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이후 독일 보쉬와 일본 덴소, 미국 델파이 등 첨단기술 중심 회사가 될 것”이라며 “전장 분야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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