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임을 야기한 기부행위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성 결론은 사실관계의 왜곡과 법적용의 오류다.”

지난 달 30일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흥식 전임 금융감독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되었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금융소비자로서 은행 등 거대 금융기관에게 예대마진을 제공하는 피약탈자 지위를 벗어나는 금융혁신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국민의 기대를 벗어 났다. 어제까지 동료였고 정무위 시절 초선 간사로서의 활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동료 의원들이 김기식 불가론을 끄집어 내는 데 앞장선 것이다. 국회의원 불패신화가 무색하였으며 몇몇 보수 신문들이 합세하여 300명 국회의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해외출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거기에 더하여 안희정 트라우마가 있는 여비서를 끼워 넣었다. 여론의 악화를 견디지 못한 청와대는 김기식 원장의 진퇴 문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성 판단에 맡겼다.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였으며, 김기식 전 원장의 혁신을 기대한 사람들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청와대에서 질의를 위해서 정리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기식(이하 ‘김기식 전 의원’이라 한다)은 제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기 10여일 전인 2016. 5. 20. 경 자신이 회원으로 있던 ‘더좋은 미래’에 5천만원을 기부하였다(이하 ‘본 건 기부’라 한다). 이 금액은 평소 김기식 전 의원이 더 좋은 미래에 납부하던 월회비 20만원의 25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기식은 본 건 기부전인 같은 해 3. 29. 경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라 한다)에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질의하였던 바, 당시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회비 등을 납부하는 경우, 정관∙규약에 근거하지 않거나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기부행위 제한)에 위반될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기부행위가 이루어 지고 중앙선관위에 회계보고까지 완료되었지만 지난 2년간 중앙선관위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에서는 ‘기부행위라 함은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는 의례적이거나 직무상의 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서 허용되는 것으로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13조는 국회의원, 국회의원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의 기부행위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규정의 취지는 무상의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후보자 등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비례대표의원의 경우 지역구 의원과 같이 특정 지역 선거구가 없으므로 적용여부가 문제되나 기부행위는 오히려 비례대표가 그 제한의 필요성이 더 높아 기부행위제한 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선거구도 전국이라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므로 비례대표인 김기식 전 의원도 기부행위제한 위반죄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국회의원과 후보자 등과 그 배우자의 제113조 기부행위제한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제114조 이하의 자와 달리 선거운동의 목적 또는 선거와의 관련성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법 소정의 기부행위가 있기만 하면 제113조 위반죄가 되는 것이다. 

김기식 전 의원의 5천만원 기부행위가 제112조 제2항 소정의 사유에 해당할 여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통상의 정당활동이나 직무상의 행위 등에 해당될 여지는 없으나 제2호 의례적인 행위로서 ‘친목회∙향우회∙동창회 등 친목단체 및 사회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단체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된다. 

김기식 전 의원의 2016년 3월 29일 자 질의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답변은 규정 중 ‘종전의 범위안에서’를 기계적으로 중시하여 기존 월회비 20만원의 범위안에서 기부하는 경우에만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하였으며 이번 청와대의 질의에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하여 제113조 기부행위제한 위반죄에 해당된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의 이번 답변에는 사실관계를 오인한 점과 법리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오해가 있어서 중안선관위의 결론이 오히려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2016년 3월 29일 당시는 4.13 선거 전이므로 제113조의 취지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실제 기부행위가 행해진 5월 20일 경에는 선거가 끝난 후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제112조 제2항 제2호 마목의 규정은 ‘…사회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단체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음을 간과하였다. 즉 종전의 범위를 정의할 때,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간과하였다. 다수 판례도 제1호 통상적인 정당활동과 관련한 행위를 고려하면서 정기회비 뿐만 아니라 ‘특별회비’ 도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김기식 전 의원이 ‘더 좋은 미래’의 정관이나 규약에 따라 5천만원을 기부하였다면 월회비 2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라는 사실만으로 제113조의 기부행위제한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는 것은 명백히 기부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법의 취지와 제112조 제2항 제2호 마목의 규정을 해석하는데 법리를 오해하여 그 적용에 오류가 있다고 보여 진다.

설령, 제113조가 예정하고 있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더라도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말이면 종료하게 되어 김기식 전 의원으로선 남은 정치자금 처리를 마무리해야 할 입장이었다. 특별히 처리하지 않고 당에 귀속되게 남겨 두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용도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이 소속되었던 사회단체인 더 좋은 미래에 기부한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일반적인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일종의 의례적인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지 이를 위법하다고 일의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셀프기부라는 지적은 김기식과 더 좋은 미래가 엄연히 별개의 법인격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관련된 곳에 기부하는 것이 상식적이 아닐까).

이와같이 중앙선관위가 김기식 전 의원이 더 좋은 미래에 5천만원을 기부한 행위에 대하여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이는 살펴 본 바와 같이 무리한 법적용으로 판단된다. 국민들의 금융혁신에 대한 높은 기대를 고려했다면 중앙선관위가 시일이 걸리더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 신중한 결론을 내렸어야 할 것이다.

금융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나온 중앙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주었다.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결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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