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사진=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삼성전자서비스(대표 최우수)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이 전향적인 조치를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가있는 상태서 노조와해 공작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관련 검찰 수사가 점점 삼성 수뇌부를 죄어오는 것이 이번 결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7일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며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간접고용 인력 규모는 약 90개 업체, 8000명에 이르는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와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지원인력 등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직접고용에 합의했지만 검찰 수사와 민사 소송은 계속 진행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건물 지하 창고에 보관된 문서 등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부산 해운대센터 등 4곳에도 수사 인력을 보내 인사관리와 경영관련 자료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과정 중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소송비 대납을 밝히기 위해 삼성의 서울 서초동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6000여건에 달하는 노조와해 의혹 문건을 확보한 바 있다.

참여연대·금속노조·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013년 7월 결성된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TF팀을 꾸려 치밀하게 움직였다.

문건에는 각 지사 산하 협력업체 소속 노조원들의 움직임과 노조 탈퇴 실적 수치, 지사나 협력업체 등이 노조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회유하거나 압박한 내용 등이 자세하게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탄압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조합원의 2014년 5월 주검 탈취 사건 당시 해당지역 센터장이 유족을 찾아가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설득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서도 나왔다.

검찰은 노조 탄압이 삼성전자서비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전무가 노조 관련 대책을 직접 보고받았고, 이 전무가 미래전략실의 핵심 관계자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전실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정현호 사장은 당시 미전실 인사팀 출신이다.

삼성이 창사 이래 고수해 온 80년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리며 이번 합의가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 얼마나 확산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중 민주노총 산하 노조 설립은 2011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전부였으나 지난해 3월 삼성엔지니어링, 4월 삼성웰스토리, 7월 에스원 등으로 이어지며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 삼성증권 등에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있지만 사측과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지는 못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는 2013년 고용부 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정이 나왔고 지난해 1월에는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노동자들이 패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570명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법원에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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