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국내 유력 건설사인 대림산업의 전임 사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깁질' 즉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뒷돈을 받아왔는데 심지어 대학에 입학한 딸의 선물로 고급 수입차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건설도급순위 4위의 대형 건설사인 대림산업은 해당 업체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한 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발각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1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청업체로부터 공사수주·편의 등의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대림산업의 김모(62) 전 사장을 포함한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백모(55) 현장소장 등 2명을 구속하는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전날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 등은 지난 2011년~2014년까지 대림산업이 시공한 각종 토목공사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한수건설 박모(73) 대표로부터 추가 수주 및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청탁과 함께 총 6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해당 기간 하남미사지구 택지조성,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 건설, 시화 상수도 공사 등을 총괄했던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 전 사장은 임원급 토목본부장이었고 구속된 두 현장소장은 부장급 간부였다.

경찰에 따르면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 공사를 총괄했던 백 소장은 자신의 딸 대학 입학선물로 시가 4600만원 상당의 BMW 외제차를 요구하고 발주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박 대표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총 2억원 상당 금품을 챙겼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현장을 맡았던 권모(60·구속) 현장소장도 박 대표로부터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공사)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1억4500만원을 받아냈다.

김 전 사장은 공사현장 총책임자로 현장소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토목사업본부장 재직시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부인을 통해 하도급업체 박 대표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품을 제공한 박 대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도급업체 한수건설은 대림산업이 시공한 공사를 30여년간 수주해온 직원 80명 규모의 하청업체로,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경영난을 겪다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박 대표도 대림산업 측에 공사 추가 수주나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증액 등 청탁을 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를 받은 대림산업 관계자 11명 가운데 김 전 대표이사 등 5명은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당국의 공식 결론이 나오면 인사 규정에 따라 현직자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번 건을 계기로 사내 윤리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림산업은 2012년∼2015년 하남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공사 등 3개 현장 추가공사를 한수건설에 맡기면서 총 34차례 법정 요건을 갖춘 계약서를 적시에 발급하지 않은 사실 등이 적발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900만원을 부과받았다.

앞서 작년 국정감사때 박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대림산업으로부터 외제 차를 포함 6억여원의 금품을 요구받는 등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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