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시티 게이트 88' 아파트 조감도. / GS건설 제공

위기의 건설사들 동남아 수주 올인…3월 현재 작년 대비 2.7배
'잭팟 행진' 불구 신기루 지적도…개발형사업 수주역량 강화해야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주택경기 불투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국내 사업에 위기감을 느낀 대형 건설사들이 1분기부터 해외건설 수주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전통적 텃밭인 중동은 물론 유가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잇따른 수주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해외사업의 지역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리베이트 관행, 정부 보증 미미 등 한계로 '특수'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 들어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거둔 수주액은 43억1934만2000달러다. 16억976만4000달러를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7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해당 지역 수주액 톱10 국가를 순번대로 꼽으면 태국, 중국, 베트남, 홍콩,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캄보디아로 동남아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남아에서 거둔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최대 규모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칠라마야 지역에 1760메가와트(MW) 상당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전체 공사금액은 1조원으로 삼성물산 몫은 절반이 넘는 5100억원이다.

하루 전에는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이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싱가포르 보건부에서 발주한 1800병상의 WHC(Woodlands Health Campus) 병원 공사를 7억4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따냈다.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40%씩 공사 지분(3억달러)을 갖는다.

지난달에는 GS건설이 인도네시아 주택 개발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서부 자카르타에 1445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부대 상업시설을 세우는 '시티 게이트 88' 프로젝트다. 기대 분양 매출은 약 2억달러다.

현대건설은 같은 달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이 발주한 해상매립 프로젝트 '투아스 터미널 페이즈(Phase) 2' 공사를 공동 수주했다. 현대건설 지분은 약 3억9000만달러(약 4100억원)다.

이밖에 올 초 동남아 대형 수주는 △SK건설 베트남 롱손 석유화학단지 플랜트 공사(1조1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멜라카 정유공장 설비건설 공사(3750억원) △대우건설 필리핀 할루어강댐 건설 공사(2000억원)가 있다.

◆ "경기에 민감한 취약시장" 수익증가 미지수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트가 적어 안정적인 건설 시장이라는 평가다. 인프라 수요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경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어 추가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6~7%대로 우리나라(3%)의 2배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의 대(對)동남아 건설 수출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토목기술을 바탕으로 한 SOC 건설에서 플랜트 수출로 영역을 넓힌 한국 건설은 아파트나 최고급 호텔 등으로 확대해 동남아 건설시장에서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 건설 시장은 중동에 편식된 해외수주에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꼼꼼한 준비와 자금 계획 없이는 대박에서 쪽박으로 기운 과거 이란의 사례처럼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시아는 경기에 민감하다는 취약성이 있다. 정부 재정이 넉넉하지도 않다"며 "성장기에는 발주를 하지만 경기침체나 소강국면때는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및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발주량 감소 우려 등 불안요소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해외수주액은 지난해보다는 늘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납 뇌물 액수 못맞춰 1조 공사 손털어"

수주는 사업 첫 단추를 끼웠을 뿐으로 동남아 시장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숨은 리스트가 존재한다.

두산중공업은 필리핀 발전사업자인 '레돈도 페닌슐라 에너지'(Redondo Peninsular Energy Corporation)와 2016년 10월에 체결한 석탄화력발전소 수주계약을 이달 중순 해지했다.

해지 금액은 9523억원으로 이 회사 2015년 매출액의 5.88%에 해당한다. 필리핀 에너지규제위원회가 사업 개시의 전제 조건인 전력요금 승인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 계약 해지 원인이었다.

현지 교민사회에선 "뇌물 단가를 놓고 고위층의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하자 정부(위원회)가 딴지를 걸었고 결국 사업이 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동남아는 예측 불가성이 있는만큼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수주 구조를 단순도급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방어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동남아는 인프라 수요는 많지만 정부 지원이 한계가 있다보니 시공자가 직접 금융을 끌고오는 민관협력사업(PPP), 투자개발형 사업에 수주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1분기 대형건설사의 해외수주 낭보가 잇달아 전해지면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억달러를 넘어설지 관심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해외수주 누적액은 79억5225만9000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4배 가량 많다. 수주건수는 4% 정도 줄었지만 수주액만 보면 고무적인 성적표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최근 2년 연속 300억달러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고유가 시절(2010~2014년)의 평균 수주액(약 653억달러)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가와 중동지역 공사 발주량은 비례관계다.

환율이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070원 전후를 기록, 1년 전보다 50원 이상 떨어졌다. 원화강세로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익성 저하는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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