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배재광(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겸 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

'한국형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의 목적은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한 경쟁 촉진(promoting competition) 과 일자리 창출인가, 기존 금융회사의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 을 통한 일자리 감소와 수익극대화인가’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나라마다 규정상 일부차이는 있지만 그 제도적 목적은 명확하다. 그만큼 기존 금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먼저, 기존 규제화된 금융시장에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을 가진 핀테크 기업들이 진입하여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가져옴으로써 금융소비자를 위한 유효한 경쟁(promoting effective competition)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도록 test-and-learn(sandbox)의 기회를 제공하고 와해적 혁신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핀테크 혁신기업에게 맞춤형 규제를 안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본 특별법’이 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법안인가. 개별조항들을 분석하면서 ‘본 특별법’의 규정들이 그 취지에 맞게 고안된 것인지를 살펴 보겠다.

먼저, 법률명칭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아니라 ‘혁신금융지원특별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금융’의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금융’을 ‘지원’하는 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은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법률명칭은 법률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지난 제1회 연재시 법률명칭을 ‘혁신금융지원특별법’으로 오해하였다).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의 등장과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응 AI, 빅데이터 등 기술기반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는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핀테크 혁신을 내세운 지난 3년간 국내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은 지점을 없애고 직원들을 줄였다.

본 특별법이 기술기반의 핀테크 기업들이, 와해적 혁신을 통한 경쟁의 촉진을 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이 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본 특별법은 지난 수년간 핀테크 혁신을 해 온 결과보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존속적 혁신을 통한 일자리 감소현상이 더욱 치명적으로 나타나게 할 우려가 있다.

제2조 (정의) 제1호 내지 제3호는 금융관련법령, 금융업, 금융회사 등 기존 금융기관들을 재정의하고 있다. 여느 금융관련법령과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규제샌드박스인 ‘본 특별법’의 목적이 핀테크 기업들이 와해적 혁신을 통하여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과 어긋나는 구성이다. 정의규정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입법자의 의지는 본 특별법을 활용할 주된 대상을 기존 금융회사로 상정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존속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제안이유에서도 ‘기존 금융업 인 ・허가가 있는 금융회사도 사전적 ・열거적 금융규제로 인해 기존의 규제 틀을 뛰어 넘는 서비스의 테스트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명시하여 그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가  기존 금융회사들에 대한 금융상품의 열거적 제한 규제를 염두에 두고 안출된 제도가 아닌  것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특별법의 개별 규정은 실제로 이를 사실상 가장 중요한 취지로 들고 있다. 규제샌드박스인 본 특별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금융상품의 열거적 제한규정은 주로 비조치의견과 당해 규정의 직접적인 개정으로 해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제샌드박스인 본 특별법에 담아 내려 하는 경우 오히려 본 특별법의 취지와 목적을 몰각하게 될 것이다.

제4호 ‘혁신금융서비스’ 정의규정도 규제샌드박스와 정합성이 없는 규정이다. ‘혁신금융서비스’를 ‘기존 서비스의 제공 내용 ・방식 ・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존 금융업의 하위 범주나 주변적인 서비스를 상정하는 규정방식이다.

그러므로 본 규정은 ‘혁신금융서비스’란 ‘기존 금융업의 내용 ・방식 ・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는 혁신적인 서비스 혹은 사업방법(Business Model)을 말한다’로 규정하는 것이 규제샌드박스의 취지에 더욱 적합한 규정방식일 것이다.  

제3조 제2항에서 ‘이 법에 따라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사항은 이 법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해당 규제의 근거법령(해당 사항에 관하여 규제특례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령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따르는 것으로 보아 그 법령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상당히 모호하여 그 실제 적용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입법이다.

왜냐하면 혁신금융서비스가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근거법령의 요건과 효과 등 전부를 규정하지 않는 다면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근거법령을 따라야 하므로 본 특별법의 취지가 온전히 적용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해석의 여지가 많고 ‘이 법에 따라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사항’을 정하는 일이 입법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그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당 규제의 근거법령을 준용할 수 있다’는 정도로 규정하는 것이 현실 정합성이 있다.

제4조 제1항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를 ‘금융회사(제1호)’와 국내에 영업소를 둔  ‘상법’상 회사로 한정하였다. 영국 Regulatory sandbox에서는 ‘firm’ 혹은 ‘technology firm’, ‘startup’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회사(법인)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지정 신청 자격을 굳이 ‘상법상’ 회사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상법 제170조에서는 ‘상법상 회사라 함은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에서 신청기간에 관한 규정, 제3항 신청서 양식에 따른 신청서 제출 규정, 제4항 보완요구 규정은 불필요한 규정으로 보인다. 불가피한 입법사항도 아니므로 규정함으로써 운영상 경직성만 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그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안)’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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