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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실의 세상돋보기] 미투고백이 나오기까지 왜 8개월이나 걸렸을까?

기사승인 2018.03.14  09: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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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5일 저녁. 지인의 집들이에 초대받아 방문한 여러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언론인이 한 분 있었다. 즐거운 담소까지 곁들이며 식사를 하던 중 그가 진지하게 말한다. “지금 중대 뉴스가 있어요. 아마 앞으로 5분이면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미투가 폭로될 예정이에요.”

다들 믿겨지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참신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유력한 대선주자인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사건이 사회에 주는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나?’하는 실망감도 든다.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반응은 다양했다. 대다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데 동의했지만, 피해자가 8개월이나 왜 침묵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지금 시중에 흘러나오는,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들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저런 반응들 때문에 8개월을 참게 된다는 것을 다들 정말 모를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피해자에게 그동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라고 묻는 것은 남성 중심사회의 성에 대한 관용적인 문화가 잔존하는 현실 때문에 발설자체가 인생이 걸릴 정도의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왜 8개월이나 걸렸을까 묻지 말고, 8개월 동안 얼마나 고민했고 힘이 들었을까를 물어야 한다.

몇 주 전의 일이다. 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에서 특강인사로 C씨를 추천하였다. C의 이름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잘 알려진 교육자이자 정부 최고위직을 거친 사회지도층이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난리가 났다. 그가 성추행과 성희롱 주범으로 유명하다는 한 회원의 지적에 다들 공감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대로 덮어두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마침 또 다른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나타났다. 식사자리에서의 성추행뿐만 아니라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스토킹에 시달렸단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의 수치심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담고 있으려 했다 한다.

공개적으로 미투 고백을 하는 것은 2차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엄청난 용기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마녀사냥 아니냐는 쑥덕거림에도 견뎌야 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될 수도 있고 악의적인 댓글도 있을 수 있다.

거기까지가 아니다. 가족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또 스스로 피해를 밝혀내야하며,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이다 무고다 하면서 지난한 법적 투쟁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추후 법적 투쟁에 나설 때는 가해자가 성폭력을 사랑이었다고 둔갑시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개를 망설이는 그녀들을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정부가 20년 이상 성희롱 성폭력예방을 위해서 노력했지만,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여전히 미진함이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드러났다. 미투고백의 목적은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문제의 개선과 해결을 위해서 현재의 문제점을 밝히는 노력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미투운동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들리지만 미투운동은 여태까지 숨겨졌던 우리사회의 악습과 관행을 개선하자는 약자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운동은 그 규모나 사회적 파급정도가 다른 것 같다. 자발성과 진정성이 담보되니 울림도 크다. 그동안의 남성 중심의 벽이 견고했던 만큼, 우리 사회가 천년의 껍질을 벗고 나오기 위해서는 모두의 심각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염지은 기자 senajy7@onel.kr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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