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반트럼프 여성행진 현장.

[위클리오늘=이신혜 청년기자] 지난 달 20일과 2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반트럼프 여성행진이 워싱턴, 뉴욕, 로스엔젤레스, 필라델피아 등 미국 내 각지에서 열렸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 날 시위 참여 인원은 100만명에 달하고 워싱턴에서만 50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반트럼프 여성행진이 열린 20일, 기자는 뉴욕 맨하튼에서 시위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시위에서는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여성인권 증진을 의미하는 분홍색 모자를 쓰고 자국 대통령에 대한 비정상적인 언행과 여성비하 발언 규탄을 외치고 있었다. 이 중 눈에 띄는 점은 여성행진임에도 이 취지에 공감하는 남성들도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정한 사람은 페미니스트다(Real man is Feminist)’ ‘나는 내 딸은 안전한 세상에서 키울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fostering my daughter is in a safe world)’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 행렬에 동참하고 있었다.

 뉴욕 시위 현장에서 어느 누구도 행진 참여자들을 비판하거나 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들의 외침에 공감하여 중간중간 시위에 들어가 같이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국에서 지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직후 여성들이 강남역 앞에서 포스트잇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라며 슬퍼하고 목소리를 내던 현장에 갔었다. 그 때 그들을 조롱하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고 소리치던 일부 남성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 대목이다.

뉴욕 여성행진 참여자 말고(왼쪽) 씨와 레베카 씨.

뉴욕 여성행진 시위참여자 중 레베카(91), 말고(74)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와 같은 SNS로 여성인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북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분쟁을 키우려 한다”며 평화로운 나라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날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여성행진에서 할리우드 스타인 스칼렛 요한슨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가 정한 여성의 역할을 강요받아야 했다. 이제는 내 딸이 사회 규범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최근 한 언론과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로 인해 한국에서도 미투(#Me Too) 캠페인(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공식석상에서 말하고, 그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성폭력 피해자들과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고 외친 운동. 지난 해 가을 미국 할리우드에서 유명 영화 감독이 배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 성폭행한 것이 밝혀졌다. )이 공론화되고 있다.

 정치계 뿐만 아니라 각종 공직자들부터 시작해 문학계, 영화계 등 각계각층에서 그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숨김을 강요받고 피해 사실을 밝히기 꺼려하던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 비정상적이었던 사회 구조를 단지 성별의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 이슈로 부각하여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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