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시공 순위 13위 업체인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의 4번째 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득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팔게 된 산업은행은 1조원대의 혈세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산은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19일 마감된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다.

호반건설은 지분 40%만 우선 인수한다. 나머지 10.75%는 산은에 2년 후 호반건설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특정 상품을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한다.

조건부 매각 방식은 현 시점에서 호반건설과 산은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호반건설로서는 지배주주가 바뀌더라도 당분간 산은을 2대 주주로 남겨두면 해외 수주와 금융지원 등에서 유리하다. 인수자금 부담이 덜어진다는 잇점도 있다. 산은으로서도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추가수익을 거둘 수 있다. 

산은은 매각 가격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주당 7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끝난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수 가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산은 측 관계자는 "정확한 매각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호반건설의 인수가를 주당 7700원으로 계산하면 약 1조6200억원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6100원대로 약 3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쳐준 셈이다. 산은이 당장 챙길수 있는 돈은 지분 40%의 인수대금인 1조2801억원이다.

풋옵션 행사 대상 지분 10.75%는 추후 대우건설 주가가 주당 7700원을 밑돌면 행사가(7700원)에 약정한 금융이자를 더해 호반건설에 되팔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7700원을 웃돌면 시장 매각도 가능한 만큼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으로 1조6200억원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장은 "2년 뒤 대우건설의 주주가치가 제고되면 산은도 지분 10.75%에 대한 Upside Potential(상승 잠재력)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자금은 중견·중소기업 성장지원과 산업, 기업 구조조정 개선 지원자금 등으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이번 매각으로 산은은 대규모 손실을 입게됐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만 3조2000억원이다.

이에 대해 산은은 "과거 취득가에 연연해 투자기간이 장기화되고 신규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한정된 정책재원의 비효율을 야기했던 폐단이 있었다"며 "비금융자회사를 신속히 시장에 환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건설사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원, 대우건설은 10조9857억원이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호반 전체 계열사의 매출 합산치(5조4836억원)도 대우건설의 절반 수준이다.

호반의 대우건설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대우건설은 45년 역사 동안 대우그룹 → 금호아시아나  → 산은에 이은 네 번째 주인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은은 다음 달 호반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올여름께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장은 "호반건설의 건실하고 탄탄한 재무능력과 대우건설의 우수한 기술력, 전문인력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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