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마트노조와 이마트 노조 조합원들은 '신세계 이마트의 이중성 폭로 증언대회'를 열었다. 해당 자리에서는 다수의 이마트 직원들이 나와 이마트의 업무환경,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실태와 노조탄압에 대한 현장을 증언했다. <사진=김성현 기자>

# 14년 동안 이마트에서 캐셔(계산원)로 근무했던 차 모씨는 두 아이를 가진 싱글맘이다. 지난해까지 월 평균 135만원 정도를 받았던 차씨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듣고 기뻐했다. 밀렸던 아이들의 교육비나 매달 독촉 받는 공과금 등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쁨이다. 16.4%가 인상됐으니 20만원 정도는 더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사내 방송으로 모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시킨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시급제인 만큼 근로시간이 1시간 줄면 인상분도 줄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8시간동안 했던 근무를 이제는 7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인원이 충원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자연히 높아졌다. 이마트는 휴식시간이 줄어든 캐셔 근무 스케줄을 제시했다.

이마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설명했지만 차씨는 매일 일이 끝나면 피곤함에 드러누워야 한다.

# 이마트 식품코너에서 김밥을 만드는 김 모씨는 8시간 근무 당시 하루 100여줄의 김밥을 만들었다. 최근 근로시간이 7시간으로 단축되자 업무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김밥은 100여줄이었다. 업무량을 채우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줄여야 했다. 김씨는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자주 마시던 물을 안 마시기 시작했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이 직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해 발표한 주 35시간(일 7시간) 근무제가 이마트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월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과는 달리 전체 직원의 60%(약 1만6000여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은 시급제가 적용된다.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 인상분도 줄어들 뿐 아니라 업무강도가 올라간다.

이마트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징계성 발령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기본급 72만원...2년 후에는 월 최저임금보다 26만원 적어

마트노조는 신세계 이마트의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키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실제 <위클리오늘>이 다수의 이마트 근로자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모두가 높아진 업무강도로 인해 오히려 삶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3년 후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하고 순차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나간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시급)은 올해 16.4% 인상돼 7530원으로 올랐다.

주 40시간(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월 최저임금은 157만3770원이다. 이는 지난해 월 최저임금인 135만 2230원에서 16.4%가 인상된 금액으로 최저임금 인상폭과 같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우는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으로 줄어들며 월 임금 인상률은 11.5%에 그쳤다. 월 소정근무시간이 183시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월급 인상폭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는 2020년에는 월 소정근로시간의 차이로 인해 월급이 최저임금대비 26만원 가량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 스케줄 대로라면 최저임금은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5.2%, 15.3%가 인상된다.

하지만 이마트 시급제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연 7% 수준의 월급 인상 효과만 보게 된다는 게 노조측의 분석이다.

문제는 단순한 임금 인상폭 감소가 아니다.

인원충원이 없어 기존 근로자들의 업무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이마트 현장 근로자들의 주된 불만이다.

이마트 내부의 계산원 근무 스케줄 가이드. 준비·마감시간을 10분 단축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로 인해 업무강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사진=민주노총 마트노조>

◆ "업무강도 증가" 이마트측도 인지

<위클리오늘>이 마트노조로부터 받은 이마트의 ‘순수 캐셔 근무 스케줄 OP 운영 가이드’를 보면 캐셔들의 준비·마감시간을 30분에서 20분으로 단축한다는 방안이 있다.

이마트는 이에 대한 단점으로 ‘업무강도가 다소 증가한다’고 명시했다. 마트 근로자들의 근무환경 악화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캐셔 근무 시간표를 보면 무기계약직 캐셔는 기존 오전 9시 15분까지 출근에서 오전 9시 50분까지 출근으로 변경됐다.

계산대에 투입되는 시간은 오전 10시다. 캐셔들에게는 업무시작까지 10분이라는 준비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마트에서 근무 중인 캐셔들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5년 동안 이마트에서 근무했던 이모씨는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15분의 준비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뿐 아니라 <위클리오늘>과 인터뷰한 다수 캐셔직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10시에 계산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리 출근해 영업준비를 해야한다. 미리 출근한 시간은 시급에 계산되지 않는다. 

마감시간에도 같은 상황이다. 10분만에 돈을 세고, 상품권에 도장을 찍는 등의 마감업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번 15~30분까지 무급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휴게시간도 1시간에서 40분으로 줄어들었다. 인천에 있는 이마트에서 근무하는 이모씨에 따르면 캐셔가 휴식을 위해 다른 직원에게 계산대를 넘겨주고 대기실로 이동하는 데만 10여분이 소요된다.

화장실가거나 하면 실제로는 앉아있을 시간도 없이 다시 계산대로 향해야 한다. 예전에는 존재했던 하루 20분의 앉아있을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강화된 업무환경에도 다른 대형마트 직원들과 비교해 월급도 적다. 홈플러스와 비교하면 홈플러스의 경우 기본급만 158만3000원인데 비해 이마트는 200%의 상여금을 포함한 월급이 158만2000원이다.

이는 기본급 자체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마트 무기계약직의 기본급은 66만2000원이었다. 올해 이마트의 기본급은 72만9000원이다. 여기엔 200%의 상여금도 포함됐다.

14년전 이마트 근무를 시작했던 차씨의 근무 첫해 기본급은 40만원대였다고 했다. 차씨에 따르면 14년동안 30만원 수준의 기본급 인상이 있었다. 

장기근무에 따른 수당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마트에서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 직원에게는 월 5만원의 근속수당이 주어진다. 10년 이상은 10만원의 근속수당이 있다.

10년 간 이마트를 위해 일해서 늘어난 월급은 고작 10만원 수준인 셈이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157만원으로 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지 상상해봐라. 지금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도 183만원을 주는 구조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근로시간 단축 후 캐셔 근무 시간표. 휴게시간이 20분, 마감시간이 10분 줄었다. <자료=민주노총 마트노조/그래픽=이승민 기자>

◆ "1만5천명 고용" 정용진 약속 흐지부지...1년짜리 '스태프' 차츰 확대

이마트 직원들은 주 35시간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인력충원이라도 해야한다고 호소한다.

2015년 12월기준 이마트에서 근무하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총 2만7424명이다. 이중 약 1만6000여명이 월 150만원대를 받는 무기계약직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이마트 정규직+무기계약직은 2만7487명으로 2년간 63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점포는 5개가 늘었으며 이마트가 운영하는 전문샵인 노브랜드는 99개가 증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채용박람회를 통해 연간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공약은 이마트와는 무관하게 보인다.

이마트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라고 말하는 ‘스태프’ 인원만 늘어가고 있다. 스태프는 최대 1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시간제 근로자다. 임금은 물론 복리후생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나지만 이들의 업무는 기존 정규직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2년 이상 비정규직 근무 시 정규직 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해 최대 근무기간을 1년으로 제한시킨 것을 두고 ‘나쁜 일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트노조는 이마트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과 정규직 고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스태프 직군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부터 도입된 스태프 사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1767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2400명의 스태프 사원들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태프 사원들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선택권도 제한된다. 스태프 사원의 근로계약서에는 '출퇴근 시간은 사업장의 근무 스케줄을 따르며, 회사 경영상 사정에 의해 교대 근무 및 개별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마트 내 비정규직 '스태프' 사원의 근로계약서.  근로계약서에는 '출퇴근 시간은 사업장의 근무 스케줄을 따르며, 회사 경영상 사정에 의해 교대 근무 및 개별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사진=민주노총 마트노조>

◆ 노조탄압 재차 점화...지회 설립 시 부당발령

지난 2013년 문제가 됐던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건도 다시 불거졌다.

1월 17일 마트노조는 이마트 평택점, 수원점, 반야월점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마트노조가 이마트의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며 해당 지점에 지회를 설립하자 소속 조합원을 부당 발령하는 등 조합탈퇴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트노조 조합원에 따르면 이마트는 마트노조가 지회설립통보를 해당 점포에 하자 곧 바로 지회장이하 조합원들에 대해 인사조치를 했다.

당시 마트노조 지회장을 맡았던 차씨에 따르면 이마트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발령이 날수 있으니 노조에 손을 때라는 등의 협박을 했고 다수의 조합원이 차씨에게 이 같은 사정을 호소했다.

다른 점포의 지회장인 이모씨는 최근 어린 아들로부터 조합을 탈퇴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의 사진이 걸린 노조 활동 기사에 달린 각종 악성 댓글들을 참을 수 없다는 이유다.

10여년간 캐셔일을 해온 직원이 갑자기 타부서로 발령나는 등의 일이 일어나며 조합을 탈퇴하는 인원도 늘어갔다.

마트노조는 해당 점포의 점장 또는 임원들이 과거 이마트 내 노조탄압팀인 ‘NJ대응팀’에 소속된 점, 노조에 대한 대응이 2013년과 유사한 점을 들어 이마트 내에 여전히 노조대응 매뉴얼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장에는 2013년 당시 이마트가 노조탄압을 위해 제작한 매뉴얼이 포함됐다.

근로시간 단축 후 연봉재계약 과정에서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이마트 직원은 최근 회사 이메일로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불만이 있었던 해당 직원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길 원했으나 계약을 하는 자리에는 남자사원으로 구성된 관리자, 임원 등이 일렬로 서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해당직원은 “남자 사원들이 3~4명 나란히 서서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볼 겨를도 없었다”며 “분위기에 눌려 급하게 서명을 하고 나왔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무기계약직 직원의 70%는 여성 사원이다. 반면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대다수가 남자사원이다.

이마트 영업직 직원 박모씨는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남자 관리자들에 의해 여성 사원들이 끌려다니고 있다”며 “아들 뻘 정도 되는 관리직 직원이 캐셔 등의 여성사원에게 욕설이나 비하발언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2013년 이마트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노조대응 메뉴얼 'NJ 설립시 대응 시나리오'. 해당자료는 민주노총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이마트를 고발할 때 증거로 첨부됐다. <자료=민주노총 마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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