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의 건강 이상설과 함께 LG그룹의 후계구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광모 LG전자 상무(사진 왼쪽)이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만 보면 구본준(오른쪽) 부회장이 형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승민 기자>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구본무(73) 회장의 건강 이상설 속에 아직 승계 준비가 안된 구광모(40) LG전자 상무와 외연을 확장하는 구본준(67) LG그룹 부회장이 비교되면서 불투명해진 LG그룹 후계구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일흔이 지나 LG가의 ‘70대 퇴진 룰'을 넘긴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초 서울대학병원에서 뇌 관련 수술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통원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24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리는 '글로벌 CEO전략회의'에도 불참했다.

창업주부터 이어온 LG가의 '장자(長子) 승계'를 관철하기 위해선 양아들 구광모 상무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구 상무는 승계 자금이 부족하고 능력 검증도 안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구 상무의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 열리는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대외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그룹의 글로벌 CEO 전략회의는 주력 계열사의 회장·사장단 100여명이 모여 한해 경영전략과 추진 계획을 점검하는 중요한 자리다. 

구본무 회장은 2016년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주재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일임했다.

◆ 단순한 승계작업 구조...장자(長子) 승계 원칙이라지만

LG그룹은 순환출자없이 (주)LG를 지주회사로 수직 계열화가 돼 있어 승계 작업이 단순하다.

(주)LG가 주력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자회사들은 사업 부문별로 수직계열화된 손자 회사를 두고 있다.

구본무 (주)LG 회장의 장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주)LG 지분을 물려받고 증여세만 적법하게 내면 승계가 끝난다.

(주)LG의 지분은 총수 일가의 32명이 46.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LG의 자회사 지분은 LG전자 33.7%, LG화학 33.3%, LG생활건강 34.0%, LG유플러스 36.0%, LG상사 27.6% 등이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 주자인 구광모 상무의 (주)LG 지분율은 2003년 0.27%,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2004년 2.80%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9월 말 기준 6.24%까지 증가했다. 구본무 회장 11.28%, 구본준 부회장 7.72%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주)LG는 지난해 11월 9일 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회사에서 빠져 있던 LG상사를 지주회사내에 편입시키며 지주사 지배구조의 퍼즐을 완성했다.

(주)LG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개인들이 보유 중인 LG상사 지분 24.7%(2967억원)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광모 상무는 이번 매각대금을 활용해 (주)LG 지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상사는 2015년 1월 범한판토스의 지분 51%(3147억원)를 인수해 최대주주다.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판토스의 구광모 상무 지분율은 7.5%로 상장으로 승계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승계자금 부족한 長子 구광모

구광모 상모가 그룹 경영권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1조원 안팎의 승계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자금 마련 창구가 마땅찮다.

승계를 위해선 (주)LG의 주식을 살돈을 마련하거나,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상속분의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고 (주)LG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야 하는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주)LG의 23일 종가(9만4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6조4754억원이다.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를 그대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약 9000억원의 증여세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지분 6.24%에 추가로 5.05%를 인수해 구본무 회장의 지분보다 많은 11.29%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도 8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구광모 상무의 자금줄로는 지분을 보유한 (주)LG, LG상사, 판토스 등의 배당금이 가장 포지션이 높다. 구 상무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나 LG화학에는 개인 지분이 없다.

구 상무는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후 2016년까지 953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이들 배당금 대부분은 지주사인 (주)LG의 지분 매입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는 6.24%의 지분을 보유한 (주)LG로부터 139억8762만9500원, 2.11% 지분을 가진 LG상사로부터 2억455만원, 7.5% 지분을 보유한 판토스로부터 7억5000만원 등 3개사로부터 총 149억4218만원의 현금 배당을 챙겼다.

이를 기초로 앞으로 10년 동안 배당금을 꼬박 모은다 해도 확보가능 현금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8000억~9000억원대가 필요한 승계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구광모 상무가 7.5%의 개인 지분을 가진 판토스의 상장으로 '뻥튀기'를 할 수도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가 주요 자금줄 역할을 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 전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기업가치가 커졌고 오너 3세의 지분 가치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판토스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막혀 LG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워졌다.

 ◆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막힌 판토스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판토스처럼 대기업그룹 내 물류 유통을 주업으로 하는 '2자 물류회사'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일환이다.

판토스는 LG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벌어들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70%에 달한다.

2016년 매출은 2조9976억원, 계열사 매출은 2조123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에 달했다. 2015년 계열사 매출도 1조3520억원으로 전체 매출 2조1890억원의 62%였다.

판토스는 LG상사의 지분이 51%, 구광모 상무(7.5%)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이 19.9%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인 경우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판토스는 현재의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0.01%의 차이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며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불리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민단체와 국회를 중심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 10%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도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 경영성과 없는 長子...강력한 라이벌 삼촌

구광모 상무는 지분 승계 때까지 경영 능력도 입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 상무는 지난해 11월30일 단행된 2018년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로 인사와 함께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았다. 상무 직함을 단지 3년이 지나 전무 승진이 주목됐지만 승진에선 배제됐다.

LG그룹은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구광모 상무가 이렇다할 경영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사이 구본준 부회장은 그룹내 역할이 확대되며 장자인 구광모 상무의 강력한 승계 라이벌로 비쳐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31) LG전자 과장을 구 상무의 승계 경쟁자로 보기도 한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B2B 사업을 담당하는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사업을 총괄하며 구 상무의 경영수업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의 (주)LG 지분은 7.72%다. 구 부회장은 형인 구본무 LG 회장 11.28%에 이은 2대 주주이기도 하다.

◆ 건강이상에 '70세 용퇴룰' 넘긴 구본무 회장

양아들 구광모 상무와 삼촌 구본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저울질 되는 이유는 구본무 회장의 건강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9월7일 LG사이언스파크의 건설 현장 점검이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대외 활동의 전부다.

LG그룹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초 서울대병원에서 뇌와 관련된 간단한 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연말엔 구 회장의 위독설이 돌기도 했다.

형이 아픈 사이 동생은 LG그룹의 경영활동 전반을 총괄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 이어 미국과 중국 순방에도 동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국빈 만찬에도 초대돼 참석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1951년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3남으로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LG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4남 2녀중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구본무 회장의 조카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따라 2004년 구연수, 구연경씨 등 딸만 두 명을 둔 구본무 회장의 장남으로 입적됐다. 이후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에 입사해 LG전자 HE사업본부 뉴저지법인 차장, HE사업본부 부장, LG시너지팀 부장을 거쳐 2015년 LG시너지팀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70세가 넘어 뇌 관련 수술을 받았다면 그룹 경영활동 전반에 나서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장자인 구광모 상무가 승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삼촌이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며 LG가에서 누군가 장자 승계 원칙을 없애자고 한다면 자칫 집안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구인회 창업회장에서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르기까지 70세가 되면 경영권을 넘겨 왔다. 이른바 '70세 용퇴 룰'이 묵시적 가풍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1945년생으로 올해 74세인 구본무 회장도 일흔을 넘기면서 용퇴설이 흘러나왔지만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아직 어린데다 뚜렷한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하며 퇴진 시기를 늦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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