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상일로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앞. / 뉴시스

물산 건설부문만 2년만에 서울 복귀, 3월 엔지니어링 사옥 이전
김명수發 재편방안 주목…오너 공백으로 합병 어렵다는 관측도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 상반기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사하는 것을 계기로 그룹내 두 건설사간 합병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명수(57)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최근 삼성물산내 신설된 건설 등 사업 경쟁력 강화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투입된 점도 이런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그룹 미래전략실 시절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건설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의 '키맨'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인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 오는 3월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임차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전하면 A·B·C 총 3개 동으로 구성된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중 14층 규모의 B동을 쓰게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은 6021명(기간제 근로자 포함)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약 2700명은 A와 C동을 사용할 계획이다.

◆ 두 건설사 '한 지붕 두 살림' 임박…합병 초읽기?

거액의 이사비용과 일부 직원들의 거주지 이동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 본사를 이전하는 데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건설부문이 삼성 서초사옥에서 2016년 3월 경기도 판교로 이전한 지 2년도 안된 데다 서울 접근성을 고려해도 판교와 강동간 차별성이 적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재점화되는 이유다.

두 업체 간 합병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부터 제기됐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을 살리기 위해 사재까지 털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업계는 더욱 주목했다.

합병설과 관련 현재 그룹내에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한 관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데 바깥에서 떠도는 설(說)이다. 현대고 삼성이고 플랜트와 엔지니어링을 찢어놓은 곳은 언제든 합칠수 있지 않겠나는 기대에 불과하다"며 "플랜트는 지금 사양산업인데 합쳐서 뭐하느냐. 원전 사업도 국가적으로 안한다고 선언했는데…"라고 일축했다.

이어 "플랜트만 하는 삼성엔지니어링 보다 플랜트와 주택사업을 같이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 시너지가 더 큰 것 아닌가"라며 "삼성이니깐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전혀 그런 얘기는 없다"고 잘라말했지만,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측에선 사업을 다양화할수 있어 합병을 환영할 것이다. 일거리가 없는데 가만히 있다 죽느니 합치면 호환할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으로 나쁠게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두 건설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부진했던 실적이 개선되는 점도 합병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에는 주가 상승폭이 큰 편이라 이 때에 합병을 추진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삼성은 건설을 점차 축소하는 과정이다. 중공업은 건설을 아예 안하고 엔지니어링은 해외 저가수주 후유증을 수습하는 상황이다"며 "물산 전체가 이전하는게 아니라 건설만 따로 간다는 것은 큰 틀에서 합병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했다.

 "실적 턴어라운드 합병 적기"…김명수 역할론 주목

합병설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은 삼성물산 내 ‘EPC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 신설 이슈다.

EPC는 설계·조달·시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뜻한다. 그룹에서 EPC사업을 하는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3곳이다.

계열사에 흩어진 건설,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생긴 셈인데, 수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의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맡았다.

그는 2014년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로, 합병이 무산되자 이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0)로 임명됐다. 김 부사장이 세 회사의 중복사업을 정리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사는 기업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사업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인데, 건설업이 상사와 패션, 리조트사업 등과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역량과 삼성물산의 시공역량을 합치는 사업구조 재편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영역 재조정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접점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구성은 삼성SDI 11.69%, 삼성물산 6.97%, 이재용 부회장 1.54% 순 인데,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9.58%)이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17.8%)이다. 지난해말 기준 이건희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0%대에 달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플랜트부문을 물적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칠 거란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삼성물산이 플랜트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한 후 존속회사로 남기는 삼각분할합병 방안이 거론됐다.

삼각분할합병은 자회사가 특정기업을 인수할 경우 모기업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이다. 삼성엔지니어링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더 받는 만큼 지배력이 더 높아진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기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합병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이후 고유가에 힘입은 해외 플랜트 공사 활황으로 외형확장에 성공하며 그룹내 모범 사례로 칭송받았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이후 잇단 부실사업으로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보이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3년부터 약 7년간 해외 영업을 주도했던 정연주 전 사장의 저가 수주 공세가 덫이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5대 건설사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이 회사 볼륨을 키우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상도의를 어기면서 전체 해외 수주 시장이 붕괴됐다"며 "돈 조금 더 준다니 타사 플랜트 직원들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몰렸다. 경쟁사로서는 일감도 잃고 사람도 뺐기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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