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행정소송"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왼쪽)과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10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주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김상조 호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적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부당 지원하거나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문덕 회장 등 경영진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창업주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68)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40)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2008년 4월)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인력 지원 행위)

이들 인력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 인력으로 서영이앤티 본사 핵심 업무를 수행했고, 이 사건 부당 지원 행위 등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 거래를 기획·실행했다.

하이트진로는 또 같은 날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지급하는 거래 구조로 전환했고, 이를 2012년 말까지 지속했다.(공캔 통행세 거래)

이로 인해 서영이앤티는 매출 규모가 6배나 급증했고,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받았다.

하이트진로는 이어 2013년 1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코일 통행세 거래)

이는 공캔 거래가 계열사 간 거래이기 때문에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매출 규모가 비슷하면서 외형상 비 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2014년 1월 말까지 지속됐다.

서영이앤티는 1년 1개월 동안 59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 기간 영업 이익의 20.2%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받았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9월 삼광글라스에게 공캔과는 전혀 무관한 글라스락캡 구매 시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

코일 통행세 거래가 종료되기 직전부터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를 요구했으나, 법률 리스크 검토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거래가 개시됐고 공정위 조치가 임박한 2017년 9월 말 중단됐다.

서영이앤티는 해당 기간 동안 323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의 1309.9%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받았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교사를 받은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를 개시하기 직전 실적부진을 이유로 납품업체들에 대해 일괄 단가 인하(6%)를 실시했으나 서영이앤티에는 5.57%의 마진을 제공했다.

하이트진로는 또 2014년 2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키미데이타㈜에 25억원의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하기도했다.(주식 매각 우회 지원)

당시 서영이앤티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에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수를 제안하고 매매 가격을 직접 협상하면서 미래 수익 가치법으로 평가된 금액으로 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키미데이타가 순자산가치를 주장하자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가 일정 기간 내 주식 인수 대금 전액(이자비용 포함)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 약정을 제안·합의하고, 실제로 매각 이후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기기 A/S 업무 위탁비를 대폭 인상해 줬다.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 금액 25억원은 하이트진로의 미래 수익 보장이 없었다면 책정되었을 정상 가격인 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하이트진로의 총수 3세인 박태영 부사장은 2012년 4월부터 하이트진로의 경영 전략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 매각에 직접 관여했다.

하이트진로는 특히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와 총수 2세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 대금 인상 계획 결재란과 핵심 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서영이앤티가 박영태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제공했다고도 지적했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12월 박태영 부사장의 지분(73%) 인수로 하이트진로에 편입(2008년 2월)된 이후 동일인인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 구조 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주력회사 하이트맥주 26.9% 보유)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3세와 함께 지배(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 57.2% 보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공정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3개 사에 시정명령과 하이트진로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6800만 원, 삼광글라스 12억1800만 원 등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태영 회장, 김인규 대표, 김창규 상무 등 개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하이트진로의 허위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서는 법인과 해당 직원에게 각각 1억원과 1000만 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지적 내용은 이미 해소된 사항이며, 지난 거래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부분은 다수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