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3층 브리핑실에서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제 시세보다 높은 한국 가상화폐(암호화폐) 가격을 일컫는 한국프리미엄(일명 김치프리미엄)을 들며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김치프리미엄'이 투기 과열 양상뿐만 아니라 투명하지 않은 자본생태계 때문에 형성됐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한 수요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점, 정부의 성급한 규제가 투자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가격이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아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도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간담회 이후 국내 가상화폐 가격 대부분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1700만원까지 내려 하락폭이 22%를 웃돌았다. 40~50%를 보이던 '김프'도 1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박 장관이 언급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가 정부차원에서 논의된 사안이 아니고 '가상화폐 규제 TF(테스크포스)'에 참여 중인 다른 정부부처와도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가상화폐 가격은 반등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반등해 하락폭을 절반이상 회복했다. 10%까지 내려갔던 '김치프리미엄'도 다시 30%대까지 올랐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후 5시 52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전 대비 6.4% 하락한 1959만원에 거래 중이다. 

업계에서는 박 장관이 지적한 '김치프리미엄'의 1차적 원인을 '수요-공급의 불일치'로 분석한다.

전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경우 국내 채굴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국내 비트코인 유입 경로는 해외송금 비중이 높다. 달러나 엔화 등으로 사들인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송금해 신규 코인 '공급'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가상화폐 긴급대책안에 국내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한 신규 가상화폐 거래계좌 개설과 거래가 금지되면서 이마저도 축소됐다. 정부 정책발표 이후 20~30%에 머물던 '김치프리미엄'은 올해 초 최고 50%를 넘어서며 투기열풍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후로도 정부는 같은달 28일 거래실명제 도입, 시세조종 엄벌 등을 골자로 하는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으나 김치프리미엄은 30~40%대를 유지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간담회 직후에도 김치프리미엄은 하락 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인이 해외거래소에서 사실상 매매를 할 수 없는 점도 김치프리미엄을 높게 유지되는 이유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계좌는 만들 수 있지만, 현지 은행계좌를 개설하기 힘들어 실제 거래에 한계가 있다.

또한 국내 거주자의 해외 송금한도액은 연간 5만달러로 제한돼 있다. 해외 시장에서 매수한 비트코인을 국내 시장에서 매도해 40~50% 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재정거래가 가능하다 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부 규제로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의 '폐쇄된' 자본생태계를 김치프리엄 발생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자본생태계는 투명하지 않다"며 "수요-공급 불일치는 환경적 요인이고, 본질적으로 시세를 조종할 수 있는 작전 세력에 대한 정부의 실태 확인이나 검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치프리미엄은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정책으로 김치프리미엄을 해소시키기 힘들 것이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는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은 시장에 대한 정확한 공부가 안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이뤄졌다고 본다"며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합리화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은 자국 자금이 가상화폐의 형태로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래소 폐쇄를 들며 한국 거래소 폐쇄 조치의 타당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통화흐름 모니터링을 통해 나타난 한국의 국부유출량은 중국이나 러시아만큼 심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일본과 미국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거래소 폐쇄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 자금 유입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가상화폐의 가치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 존폐까지 거론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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