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대장' 비트코인이 미국 파생상품거래소 선물거래 시작 이후 주춤하는 사이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가상화폐)이 일주일 새 200%이상 큰 폭으로 오르며 투기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등 시가총액 상위주 뿐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은 코인들도 번갈아가며 순환 상승세를 타면서 '일단 사놓으면 뛴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시장에선 해외 시세에 비해 과도한 한국 프리미엄(일명 김치프리미엄)이 코인별로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30%까지 붙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 폭탄돌리기에 들어간 것인지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투자 위험성을 낮추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 선물상장 이후 국내에서만 잠잠한 비트코인..국제가격은 하락세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따르면 12월 22일 오전 11시5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10.49% 하락한 1890만원에 거래 중이다. 11일부터 10거래일 가량 보합세를 보이다가 이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18배 가량 급등하는 등 큰 폭의 등락을 보인 비트코인이 일주일 이상 2000만원선 안팎에서 횡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가격이 소폭의 상승 하락을 동반하는 반면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1만9974.10달러(2161만5971원)를 고점으로 21일 1만5816.20(1711만6291원)까지 떨어졌다. 21일 기준 비트코인 해외시세와 국내시세 차이는(한국프리미엄) 23.4%에 달한다.

국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이 주도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이어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17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된다는 소식에 현물가격이 1900선을 넘어섰다. 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1월물은 2만65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2시간 만에 1만85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거래량도 저조했다. 거래개시 후 2시간 동안 체결된 거래량은 약 400건에 불과했다.

첫날 약세를 보인 후 하락세는 계속됐다. 21일 CME선물 1월물 가격은 1만6300달러 선으로 내렸다.

비트코인 선물 상장으로 현물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예측은 빗나갔지만, 선물가격 영향과 하드포크(하나의 가상화폐가 2개로 분할하는 것) 등에 따른 기대감 반감 효과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선물거래 개시는 기관 자금을 유입해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을 낮춰줄 수 있는 호재라는 기대와, 선물거래에서 하락에 배팅하는 경우가 많을 시 현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통해 그 동안 높은 결제 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었던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는 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개인의 투기심리에 의존했던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낮춰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는 비트코인의 적정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시장에 이끌어 진정한 투자자산의 위치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도 비트코인 선물거래 데뷔 일정이 대기 중이다. 나스닥(Nasdaq Inc.)이 2018년 상반기 중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고, 최근 일본 도쿄금융거래소도 선물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선물과 연동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권한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선물거래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에 해외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국내 증권사가 중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수익률 좀비 알트코인...투자자 "사면 오른다"

비트코인이 주춤하는 사이 다른 가상화폐로의 풍선효과가 시작됐다. 비트코인에 쏠렸던 거래대금이 알트코인으로 빠져 수익률 급등락세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알트코인이 하루 최대 200%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자 일반 투자자의 가상화폐 거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비트렉스와 독점제휴를 체결해 121개 코인 거래시장을 형성한 업비트의 등장도 알트코인 거래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국내 대표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신규 코인 상장으로 거래대금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21일 현재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알트코인은 급등락하고 있다. 빗썸,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 수가 10개 남짓인 데 반해, 업비트는 100개 이상 코인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지난 1주일 동안 상승률이 가장 높은 코인은 코모도다. 수익률은 258.42%에 달한다. 퀀텀도 241.20% 수익률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코모도와 퀀텀의 시가총액 기준 순위는 각각 30위, 154위다.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지 않는 어거(192.48%),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189.14%), 리스크(168.82%) 등이 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상위 코인 중 시가총액 10위 내 드는 코인은 7위 에이다(154.62%)가 유일했다.

하루(24시간) 수익률이 200%에 달하는 코인도 있다. 레드코인은 비트코인마켓에서 21일 오전 한때 전일 대비 211.11%에 달하는 수익률을 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몰린 자금에 업비트는 앞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빗썸을 누르고 국내 1위 거래소에 올랐다.

업비트에서 원화, 비트코인 등으로로 거래된 12월 일평균 거래금액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의 11월 일평균 거래액(1조8766억원)을 2배 이상 뛰어 넘는 수준이다. 최대 일 거래액은 10조원에 달했다.

아인스타이늄, 에이다, 스팀, 코모도 등 타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알트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업비트 이용량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코인 가격 급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시세 대비 국내가격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고, 알트코인이 투자에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에도 한국프리미엄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리플의 경우 국내 시세와 세계시세 차이가 42%에 달한다. 지캐시의 한국프리미엄도 40%로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사기코인 여부를 거래소에서 보장해주지 않는다. 개별 거래소의 기준에 따라 코인 상장이 이뤄지며, 법적으로 사기코인이 거래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해줄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이 모두 생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발(發) '폭탄 돌리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 정부규제 코웃음치는 가상화폐시장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에 신규 자금 유입을 막고 투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앞서 지난 9월부터 여러차례 당국의 규제안이 발표됐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시장을 바꿔놓지 못한 데 따른 학습효과에 투자자들이 동요하지 않는 탓이다.

정부는 13일 가상통화 투기과열과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긴급대책을 마련했다.  

투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이 거래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이용자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고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미성년자와 비거주자(외국인) 등의 계좌개설 및 거래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한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운영을 위해서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암호키 분산보관, 이용자 실명확인,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등의 의무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사고팔아 생긴 이익에 대한 과세 여부도 국세청 등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투자자들이 예측한 '가상화폐거래 전면금지' 등 고강도 규제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내려지면서 가상화폐 가격도 소폭 하락 후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관련 정부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이지만, 시장에 실효성있는 규제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건전한 투자생태계 조성보다는 가상화폐를 매개로 하는 사기 등 불법행위 처벌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의미 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가상화폐 규제 테스크포스(TF) 주무부처가 금융감시당국인 금융위에서 법무부, 국무조정실로 변경돼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켰다.

지난 9월 가장 처음 TF가 만들어질 당시 주무부처는 금융위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위원회, 법무부 등이 관계기관으로 참석한 '가상통화(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TF'가 형성됐다.

당시 관계기관 TF는 현행 법률 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주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 등 범죄나 불법행위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또한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ICO(가상화폐공개)가 지분증권, 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처벌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같은 달 29일 이뤄진 2차 TF회의에서는 기업에 대한 일정한 권리나 배당, 수익 등을 배분하는 증권형식 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 등 모든 형식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처벌할 수 있는 입법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가상화폐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투기심리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12월 초 관계기관 TF의 주무부처를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옮겨 규제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주무부처가 국무조정실로 넘어간 상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은 "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형성해 거시적 측면에서 정책 방향을 우선 구성하고 각 부처는 큰 방향에 맞는 세부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진행돼야한다"며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안은 세부적인 사안을 언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문제 해결은 팩트에 입각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가령 고등학생부터 주부까지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참여해 과열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선 정확한 연령대별 통계를 공개해야 정책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가상화폐 규제안을 만들 때 이 분야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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