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국무조정실장이 12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련 긴급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투기 열풍이 한창인 가상화폐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규제 방안이 제시됐다.  국무총리실부터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 등 관련 정부부처가 죄다 나서 연합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가상화폐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은 한국 뿐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어서 당국의 처벌 중심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1년 새 20배 가까이 폭등한 비트코인을 필두로 가상화폐 투기과열 분위기는 좀처럼 식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화폐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중국발 유사 가상화폐 ‘원코인’으로 인해 수백억대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생겼다 사라진다. 그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청, 관세청,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연계해 가상통화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규제를 담당했으나 이후 법무부로 이동했고, 최종적으로는 국무조정실이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규제에는 형사법은 물론 외환거래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총 동원된다. 새로운 법제정이나 개정도 이뤄질 계획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도 한층 높아진다. 무분별한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 관련기관 총동원 범정부 차원 저인망식 단속

정부는 우선 유사 가상화폐 유통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투자자 모집을 엄정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등 불법거래, 범죄수익 은닉 관련 범죄도 집중 감시 대상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사건을 수사 중이며, 인천지검에서는 ‘이더리움’ 투자금 편취사건, 부천지청에서는 비트코인 이용 신종 환치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경찰청 차원에서는 ‘가상통화 투자빙자 사기·유사수신 등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거래구조를 수시로 확인하고 위법행위 발견 시 처벌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중앙 행정부처도 가상화폐 이용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관세청은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가상통화 거래자금 환치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검·경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해외여행경비를 가장한 가상통화 구매자금 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고액 해외여행경비 반출 관리를 강화한다.

공정위는 현재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해 약관 불공정 여부를 직권조사 실시 중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해킹·개인정보 유출사고 예방을 위해 거래소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곧바로 제재를 가하게 된다.

또 개인정보 유출 등 지속적 법규위반 행위가 있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서비스 임시중지조치제도’를 도입하고 과징금 부과기준을 상향해 법규 집행력 강화를 추진한다.

산업부에서는 가상통화 채굴업의 산업단지 불법입주를 일제히 단속할 계획이다.

◆ 높아지는 가상화폐 거래 진입장벽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의 진입장벽을 높여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로 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대학생, 전업주부 등 비전문가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높아져 이에 따른 개인 손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선 은행이 거래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이용자 본인계좌에서만 입·출금이 되도록 관리한다.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 비거주자(외국인)은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된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감시 아래 금융기관은 가상화폐를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정부합동TF(테스크포스) 팀은 주기적으로 가상화폐의 투자 손실, 사기범죄, 해킹위험 등을 경고할 방침이다.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 등은 이른 시일 내로 투자자 보호, 거래투명성 확보 조치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상화폐의 과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기재부와 국세청,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를 발족할 계획이다.

◆ 정부 규제에 민간단체도 "협력"

민간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힘을 싣는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는 12월 18일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4개사, 공공기관 및 대기업 10개사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방안에 부응해 자체적인 가상화폐 투기과열 방지 방안을 내놨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12월 15일 ‘가상화폐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자율규제안에는 2018년부터 자기자본 20억원 미만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규 가상화폐 상장이 중단된다. 구체적인 가상화폐 상장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에는 협회소속 거래소에 신규 코인 상장은 유보된다.

거래소 운영과 관련해서는 2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함께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정보보호인력 및 조직도 갖추도록 했다. 

또 거래소는 투자자의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맡기고 가상화폐는 70% 이상을 해킹을 방지할 수 있는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의무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콜드 스토리지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외부 저장장치를 뜻한다.

이와 함께 투자자의 예치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 고유재산과 교환유보 재산을 분리해 보관하는 한편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교환유보 자산 관리 상황을 공시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필요한 시중은행의 가상계좌 발급과 관련해선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 본인의 것으로 확인된 1개의 계좌로만 입·출금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피싱 사기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를 통제하기로 했다.

은행 시스템을 통한 본인 계좌 확인은 2018년 1월부터 전격 시행하고 나머지 자율규제안은 2분기부터는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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