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덕 이사장 등 '롯데 이사진' 병원재단 접수...출연금 2900억원 중 1400억원 변제

"항고심 진행중인데 롯데 인수 기정사실화"...2, 3심서 1심 결정 번복땐 혼란 불가피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보바스기념병원 회생인가 결정에 대한 항고심이 진행중인 가운데 롯데측이 장악한 병원 재단이사회가 호텔롯데가 애초 출연했던 2900억원(무상출연 600억+유상대여 2300억원)중 1400억원을 롯데에 변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 인가 직후 보바스병원 재단의 기존 이사진은 전원 사임했고, 롯데측은 송용덕 롯데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측 인사 5명으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했다.

박모 전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 등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를 반대하는 측은 회생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항고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롯데 측이 이사진을 교체하고 출연금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되돌려 받는 등 보바스병원 인수를 기정사실화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늘푸른의료재단과 성남시에 따르면 재단은 10월31일 호텔롯데에 1400억원을 변제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늘푸른의료재단의 인수전에 호텔롯데를 통해 600억원 무상출연과 2300억원 유상대여 등 경쟁 입찰자의 두배에 달하는 총 2900억원의 투자조건을 제시하며 보바스병원 인수 우선 협상자로 지정됐다.

9월21일 서울회생법원14부(이진웅 부장판사)가 회생계획안에 대해 최종 인가를 결정하면서 롯데는 사실상 병원의 새 주인이 됐다.

롯데는 2900억원을 늘푸른의료재단 측에 입금하며 병원 발전을 위한 투자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1400억원을 되찾아가며 실제 롯데가 보바스병원에 투자한 돈은 무상출연금 600억원을 포함해 1500억원으로 줄었다.

늘푸른의료재단의 기존 박 모 이사장과 권 모 이사, 주 모 이사 등은 회생계획안 인가와 함께 전원 퇴임했고,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인 송용덕 부회장을 새 이사장으로 하는 새 이사진이 구성됐다.

송 이사장 이외에 이사로는 고등검사장 출신으로 롯데쇼핑 사외이사를 지낸 김태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문형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 호남석유화학 자문을 지낸 엠에스케미칼 이정표 대표, 롯데백화점 점장과 롯데마트 판매본부장을 지낸 성원 JS 김경하 고문 등 4명이 선임됐다. 이들의 임기는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일로부터 1년이다. 

롯데 측은 “채무가 과다하다는 성남시의 의견에 따라 10월 호텔롯데에 1400억원을 상환한 것이다. 회생법원의 관리하에 성남시 의견을 받아 회생 절차가 진행이 된 것이지 롯데가 이사회를 장악하자 마자 돈을 빼간 것은 아니다"며 "법정관리에 대한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없으며 (보바스기념병원의 회생안 인가도) 번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던 주무관청인 성남시와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이사진 교체나 출연금 변제 등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성남시는 △영리법인이 추천한 이사에 의해 의료법인이 운용되는 것은 실질적 의료기관 합병으로 의료법 위반이라는 점 △기본재산 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재단법인의 과도한 자금대여에 의한 과도한 부채비율은 적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회생계획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성남시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후인 10월12일 롯데의 무상출연금 600억원을 채무 변제에 사용하겠다는 늘푸른의료재단의 신청을 허가해주는 등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에 우호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영리법인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감안해 회생계획안을 기각해달라고 했음에도 법원의 인가가 났다. 무상출연금에 대한 채무변제 신청도 허가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며 “성남시는 회상계획안과 의료법에 따라 진행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성남시와 비슷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국정감사 때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관리감독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무관청은 보건복지부가 아니고 성남시다. 성남시에 정관 변경이나 재산 처분 허가 등 관련 의료법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료법상 병원의 인수·합병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건은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가 아니라 출연이다. 이사 선임은 현행법에 따라 진행한 것이다”며 “1400억원 출연금의 변제도 성남시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의료법상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이외에는 병원(의료법인)을 소유하거나 인수·합병할 수 없다.

롯데는 직접 보바스병원을 사는 형태는 아니라 보바스병원 운영주체인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진 구성권을 사는 형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롯데 측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사업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와 성남시 등은 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를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적극 반대해 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보바스기념병원은 2002년 개원한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요양·장애아 재활 전문병원이다. 늘푸른의료재단이 재활치료에 헌신한 보바스 부부의 뜻을 기리고자 세워진 영국 보바스재단에서 명칭 허가를 받아 설립했다.

부지면적 총 2만4300㎡(약 7400평)에 연면적 약 3만4000㎡(약 1만250평) 규모로 550여 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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