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8s4일 오후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한남동 조준웅 삼성특검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시민단체 2008년 차명계좌 재조사 전방위 압박....조준웅 특검, 비자금 의혹은 못밝혀

이자·배당소득도 90% 세율 물어야...해외은닉계좌 의혹,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격 상실될 수도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제 2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은 1199개의 삼성 관련 차명계좌를 적발하고도 계좌 내 비자금의 조성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명주식이 상속자산이라는 이건희 회장 측의 주장대로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상속 재산이라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언제 어떻게 상속받았는지 추가 설명하고 세금을 내면 되지만, 삼성 계열사들의 회사돈이 포함된 비자금이라면 수사 대상이 되고 횡령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원 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 더민주, 이건희 차명계좌 TF 발족...국세청, 이자소득 추가 추징

정부와 시민단체는 2008년 드러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재조사 의지를 드러내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TF'가 11월 출범한 가운데 경찰은 12월 8일 삼성 차명계좌 일부를 확인하고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국세청은 12월12일 금융기관 10여 곳에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를 위해 안내장을 보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붙은 이자 소득에 대해 추가 추징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11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던 증권사와 은행 등 1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고율의 차등과세를 할 수 있는 기간(부과 제척기간)에 대해 '원천징수의무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및 불법로비 의혹을 폭로한 이래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이 아직까지 청산되지 못한채 적폐로 남아있다며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8월3일 이건희 회장이 불법재산 은닉 및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수표를 발행하고, 이를 자택 및 삼성서울병원의 공사대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이건희 차명계좌 이자·배당소득도 90% 세율 물어야

국세청은 12월1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이자 소득으로 불린 돈의 90%까지 추가로 징수할테니 납부하라며 10여개 은행·증권사에 안내장을 보냈다.

2008년 특검이 밝혀낸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개설한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일반 세법을 적용해 세율 38%를 추징했었다.

뒤늦은 세금 추징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차명계좌라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이자 소득의 90%까지 과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다만 국세청은 과세가 가능한 시점을 2008년 1월 이후에 발생한 소득으로 한정해 ‘꼼수 징세'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차명계좌 태스크포스(TF)'(위원장 민병두)는 12월 15일 "국세청이 깡통계좌에 깡통 과세를 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TF측은 "국세청이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대상 기간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1월 귀속분부터 계좌 해지일까지만 하겠다고 한다"면서 "이건희 차명계좌는 대부분 2008년 인출됐다. 국세청의 결정대로 과세한다면 사실상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부과제척(과세) 기간은 차명계좌가 적발된 2008년 4월17일부터 10년이 되는 2018년 4월17일이면 만료된다.

이건희 회장 측은 조준웅 삼성 비자금 특검이 차명계좌를 적발한 2008년 4월17일 이후 1199개 계좌의 4조5000억여 원 중 4조4000억원을 찾아갔다.

◆ 이건희 차명계좌 더 있다?...4조5000억은 오리무중

지난 8월 3일 참여연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9년 전 특검이 수사했던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이 제대로 이뤄졌는 지, 또 당시 밝혀진 차명계좌외에 특검이 밝히지 못한 다른 차명계좌가 더 있는 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8년 조준웅 삼성 비자금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4조5000억원을 적발해 냈지만 차명재산이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 측은 상속·증여세 부과시한이 지난데 따라 50%의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여기에 실명전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잘못된 해석으로 마땅히 내야 될 50%의 과징금도 내지 않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들은 계열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집중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총 1199개중 1021개 계좌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 계좌가 64개, 증권 계좌가 957개다. 은행 계좌는 우리은행에 53개, 증권계좌는 삼성증권에 756개가 집중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76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대우증권과 한양증권에 각 19개, 한화투자증권 16개, 하나은행 10개, 하이투자증권 6개, 신한은행 1개 등 10개 증권사와 은행에서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다.

이건희 회장은 차명계좌가 적발된 2008년 4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차명재산의 사용처는 엉뚱하게도 지난해 7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대한 삼성 측의 해명과 올해 5월 이 회장의 서울 한남동 집 인테리어 공사 업체의 세금 탈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 찍힌 장소 가운데 한곳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에 대해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08년 삼성 특검 때 밝혀진 차명계좌에서 지출됐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건희 회장의 자택 공사대금으로 준 수표가 발급된 계좌도 2008년 특검 당시 밝혀진 계좌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 공사대금으로 사용된 돈이 차명계좌에서 나온 비자금일 수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차명계좌=비자금?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비자금 조성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밝힌 삼성의 차명계좌는 2007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 있던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계좌에 50억원의 삼성 비자금이 있었다고 밝힌 양심 고백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삼성의 정·관계 로비,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폭로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자 그해 12월 ‘삼성비자금 특검팀’이 만들어졌다.

김용철 변호사는 당시 삼성의 비자금 규모가 10조원 이상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삼성이 비용을 부풀리거나 매출을 늘이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했다. 건설부문을 갖고 있어 그룹 내부 공사를 하면서 비자금을 만들 수 있고 무역상사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해외법인을 거느린 삼성물산이 비자금 조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가 구입한 미술품 구입비도 대부분 비자금에서 나왔다고 했다.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조정본부(회장 비서실)의 핵심 보직 임원 및 간부 등은 거의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있었다.

김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조세포탈 등에 해당되지만 정부의 감독 기능은 삼성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 이건희 해외은닉계좌 자진 신고 의혹...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 상실?

차명계좌 해외은닉 의혹은 삼성의 지배구조도 흔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 은닉 문제는 삼성생명 및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회사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적격성과 연결된다.

지난 11월 2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송영길 의원이 제기한 이건희 회장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의혹과 관련해 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조세범처벌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자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이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조세범처벌법, 금융관계법령을 위반해여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이 상실된다. 형량이 금고 1년 이상이 되면 보유 지분의 10% 이상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는 2014년 12월 23일에 신설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8조의 자진신고 특례조항과 2015년 9월1일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자진신고제도를 발표하면서 각종 형사범죄에 대해 최대한 ‘형사상 관용’을 베푼다고 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최경환 부총리가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기간으로 발표했던 6개월 동안의 한시적 기간(2015.10.1. ~ 2016.3.31.)에 이 회장의 해외은닉계좌 자신신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기간은 삼성이 최순실 모녀를 돕기 위해 해외에 자금세탁 계좌를 개설하고 국내 재산의 국외 도피를 도모하던 시절이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차명계좌를 전부 신고했는 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지분율 8.58%)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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