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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매출 60조?' 삼성물산 통합명분 '시너지', 중간평가 해보니

기사승인 2017.12.18  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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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올 매출 29조에 그칠듯…성적표 부진 창구는 건설부문
비전 제시못해 주가 내리막…주주 친화 경영도 의문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결합으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등극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 2년을 훌쩍 넘겼지만 합병 명분으로 내세운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는다.

통합 당시 제시한 중장기 실적 목표에 대한 평가 시한이 반환점을 코앞에 뒀지만 '1x5>5'가 아닌 '1x5<5' 로 수렴되는 모습이 보이는 탓이다.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바이오 5개 사업부문이 유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합병 당시 공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재판에서 '정경유착의 결정판'으로 지목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실적 상승 작용을 보여주지 못하면, 합병이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노린 편법이었다는 특검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9월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매니지먼트와 일부 주주 등의 반대를 이겨내고 가까스로 닻을 올린 뉴 삼성물산의 합병 일성(一聲)은 시너지 창출이었다.

삼성은 양사 합병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창했다.

해외 네트워크, 인프라가 강점인 삼성물산과 다양한 사업 노하우, 풍부한 자산을 갖춘 제일모직을 합해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성은 일견 그럴 듯 했다.

합병 과정에서 회사 측은 해마다 매출을 10% 이상씩 늘려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고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들은 그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여 합병을 통과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통합시너지 미미로 '연 10% 성장' 공염불

하지만 성적표 제출 2년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주요 경영지표를 뜯어보면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나온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은 건설ㆍ상사(구 삼성물산)와 패션ㆍ리조트(구 제일모직) 4개 부문을 거느린 공룡조직으로 탈바꿈했다. 투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종속회사(자회사)로 편입시켰다.

5개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8조1027억원으로 목표치 60조원에 가까워지기는커녕 합병 전해인 2014년 매출(33조5838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 역시 간신히 적자를 면한 1395억원으로 2년전(8659억원)의 16% 수준에 그쳤다.

올 3분기 누적 실적(매출 21조5142억원, 영업이익 6126억원)은 다소 나아졌지만 5개 사업군을 연 평균 10%씩 키우겠다는 목표에는 미달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물산의 연간 추정 매출액은 29조2383억원, 영업이익은 8550억원이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오른 29조7104억원, 영업이익은 9.5% 상승한 9358억원이다.

2020년 목표치인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

비(非)건설 4개 부문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조1401억원으로 작년(9조8307억원)보다 13.3%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시점 건설부문의 누적 매출액은 9조원으로 전년(8조9921억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건설이 다른 사업 부문의 성장세를 갉아먹는 모양새다. 주력인 건설의 성장세가 더딘데다 상사, 리조트, 패션 등 다른 사업부문이 이를 커버해해줄 정도의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매출액이 2014년 14조8735억원에서 2020년엔 23조6000억원로 증가한다고 장담했다. 연 평균 6.5%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같은 기간 △건축은 6조1000억원 → 10조6000억원 △토목은 4조원 → 4조3000억원 △플랜트는 3조6000억원 → 6조7000억원으로 상승하며, 주택만 2조4000억원 → 2조원으로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세부계획도 발표했다.

DB투자증권에 따르면 건설부문의 올 국내외 신규 수주는 10조원 규모로 목표치(10조5000억원)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3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해외 신규 수주는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합병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수주는 건설매출의 선행지표다.

DB투자증권은 해외 신규 수주 부진 요인을 토목, 플랜트 부진으로 꼽았다. 삼성물산의 목표 계획표와 배치되는 흐름이다.

건설부문의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게, 올 3분기에 매출 비중(41.8%)이 상사(42.1%)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전부터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시공능력평가 1위를 지켰지만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2015년 3분기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삼성물산의 재개발, 재건축 전문 인력 유출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구조조정까지 진행되자 건설업을 접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삼성물산은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지난해 건설부문에 대해 두 차례의 희망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이 건설을 접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을 싫어한다는 얘기는 계속 있었다. 삼성전자같은 글로벌기업이 할 업종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래미안은 손놓고 있고 공공입찰도 안들어간다. 그룹 공사와 해외 사업 정도만 하라는 시그널이 내려진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그런 분위기가 있다보니 해외에서 삼성이 저가 수주를 많이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임직원들이 살아남으려면 수주를 해야는데 확실한 방법이 저가 입찰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 '편법 세습' 무리수가 '오너 부재' 자충수로

이러다보니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의 기업가치인 주가는 신통찮다.

재상장 첫날인 2015년 9월15일 종가 기준 16만3000원이었던 삼성물산 주가는 27개월이 지난 12월15일 현재 13만500원으로 뒷걸음질쳤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향후 성장 목표와 관련한 비전을 내놓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 볼륨을 키운다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게 주주가치 제고"라며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새로운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합 당시 공언했던 '주주 친화 경영'도 물음표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배당 성향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지난해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550원, 총 907억여원을 책정해 배당 성향이 84.6%에 달했다. 한해 전 배당성향이 3.1%인 점을 감안할때 무려 27배 증가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총액의 비율을 뜻하는 배당 성향이 높으면 회사 이익을 주주들에게 많이 환원하는 것이 돼 투자가치가 그만큼 상승한다.

그런데 이는 당기순이익이 2015년 2조6856억원에서 지난해엔 208억원으로 100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데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다.

서류상 한가족으로 돼 있지만 4개 사업부문(종속회사 제외)의 근거지가 제각각이어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시너지 효과를 깎는 요인이다.

비중이 큰 건설부문은 경기도 판교 알파돔시티, 상사부문은 서울 잠실 향군타워, 리조트 부문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 패션부문은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회사 전체를 대변하는 총괄 홍보조직이 없고 각 부문별로 홍보부서가 가동중이어서 전사적 현안에 대한 대응 창구가 없는 실정이다.

사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은 합병을 전후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조경 등 소형 프로젝트 위주의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일감 매칭이 어렵다.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통합 석달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흡수됐다. 또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가 되어 삼성의 성장 중심축이 된다는 명분론도 빈약했다.

합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 구성은 삼성전자 46.3%, 제일모직 46.3%, 옛 삼성물산 4.9%로 삼성이 97.5%를 보유한 상태였다.

결국 지금까지의 성장세로는 2020년 시한으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삼성물산의 고민은 당장의 묘책이 없다는 데 있다. 주력인 건설부문은 단기간내 회복 가능성은 크지 않고 상사나 패션, 리조트도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 부문 역시 투자가 이뤄지는 단계여서 본격적인 성장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경영환경 등 여러 변수들로 어려움이 많이 있다보니 목표치에 많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라며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andrew@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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