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가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서울고법, 공승배 트러스트 대표에 1심 무죄깨고 500만원 벌금
"법률자문 아닌 중개행위 댓가"…'배고픈' 변호사업계 집단반발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공인중개사 자격증없이 부동산 서비스업체를 차려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승배(46ㆍ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받은 파장이 변호사업계와 부동산업계간 밥그릇을 둘러싼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국민참여재판이 전제돼 '소비자 권익' 정서가 먹힌 1심과 달리 사실적ㆍ법리적 판단인 일반형사재판으로 진행된 2심 결과가 대법원 최종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정 판결 전망과 별개로 업역간 갈등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특히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 직종과 업역 충돌을 빚고 있는 변호사업계는 사안 관망세를 벗어나 공 변호사와 공동보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원고'인 공인중개사업계와 '피고'인 변호사업계 모두에게 전문성 강화 및 신규 서비스 발굴 과제를 던졌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 변호사에게 "부동산 중개사무소 등록없이 중개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법에 의하면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공인중개사무소 개설은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고 변호사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변호사 복덕방' 논쟁은 수수료가 부동산 중개 댓가냐, 법률자문에 대한 보수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공 변호사 측은 "변호사로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지 중개업을 한 게 아니다"는 주장을 펴왔다. 부동산 관련 법률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중개를 원하는 고객들이 계약을 맺게 해줬을 뿐 중개를 목적으로 영업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에서는 배심원들이 무죄 4, 유죄 3으로 의견을 낸 것과 궤를 맞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는 '본말전도'라고 규정지었다.

재판부는 “'최대 99만원의 합리적 중개수수료'라는 광고문구는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이 중개행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매 당사자들에게서 받은 보수는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법률사무에 수반된 중개행위를 한 대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일축했다.

트러스트 측은 판결에 불복, 상고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그간 공 변호사의 항변을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해온 공인중개사업계는 "사필귀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변호사의 업역침탈은 대기업의 골목상권에 대한 갑질과 다르지 않으며 소상공인의 생존권과도 직결돼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인 공 변호사는 일반 공인중개사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내걸고 지난해 1월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다.

트러스트는 부동산 매물가격과 관계없이 수수료(부가세 포함)를 45만원 혹은 99만원만 받는다.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부동산 중개를 한 적은 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 거래를 한 것은 트러스트가 처음이다.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시장에 직진한 첫 사례다.

‘골목상권 침해'라고 지목한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중개업무는 공인중개사 고유의 영역"이라며 공 변호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7월 공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개사무소 개설등록 없이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 등 유사 명칭을 쓰거나 중개 대상물을 표시ㆍ광고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 변호사들 "공 변호사 지원" vs 중개사들 "생존방안 고민"

이번 판결은 당사자인 공인중개사업계와 변호사업계 양 측에 '영역 확보'라는 공통 숙제를 가시적으로 안겼다는 평가다.

우선 변리사 등록 제한에 이어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폐지로 활동 반경이 좁혀지고 있는 변호사업계에선 추가 악재를 만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56년간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던 세무사 자격을 앞으로는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확정된지 며칠만에 새 먹거리 시장 진출까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율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변호사로서 당연히 할수 있는 업무에 포함되는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기계적으로 바라보고 내린 판결이어서 유감"이라며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공 변호사를 지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서비스에 필수 수반되는 중개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실행위로서의 부동산 중개에 관한 법률상담, 권리분석 등 법률서비스를 변호사가 아니면 누가해야 하는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의 반발은 지난 8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당시 변호사와 계리사(현 공인회계사), 상법ㆍ재정학 석ㆍ박사 학위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당연히 주도록 했다.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거쳐 자동 자격 취득 직업군은 변호사만 남았었다.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앞으로 변호사들이 세법 관련 대리 업무를 못보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영역이 전문 직군에게 도미노식 점령을 당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세무사법 개정에 따라 이제 변호사가 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전문 자격은 변리사 하나만 남았지만 변리사법도 2015년 개정을 통해 의무적으로 실무 연수를 받아야 자격증을 주도록 진입 장벽을 세웠다.

2심에서 승소한 공인중개업계도 웃을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공인중개업계가 궁지에 몰린 건 물건을 소개하고 복비를 챙기는 근대적 업무행태를 답습해왔기 때문으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협회 주도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조원균 공인중개사협회 홍보과장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할때 소비자들이 눈에 보이는 것은 계약서 쓰는 정도인데 그 외에 어떤 부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지에 대해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부동산 중개업계의 발전방안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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