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기축통화격인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거래 중개를 국내 증권사에서 취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묻지마 투자'를 넘어 투기판으로 변질될 조짐을 우려한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규제 마련에 착수한 상황에서 나온 선제적 조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사설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전혀 못하고 있는 정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공인받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원천 봉쇄한 것은 정책적 모순으로, 국내 금융업계가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사들에 전달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에 해외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국내 증권사가 중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세계 최초로 허용했다. 

두 거래소는 각각 12월 10일, 18일에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미국 나스닥(Nasdaq Inc.)과 일본 도쿄금융거래소도 비트코인 선물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경고'로 투자자 모집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던 국내 증권사의 움직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다수 증권사에서 CME 선물거래 중개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정부 정책에 따라 관련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됐다. 국내 투자자가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 증권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속속 편입되는 시점에서 국내 사설 가상화폐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는 허용하되 제도권 금융시장에서의 선물 거래는 불허한다는 정부의 이중 잣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 상품이 상장되면 대량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가격 안정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유동성 증가와 함께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에 대한 합리적 논의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자연스레 시장의 자정 작용으로 투기 과열현상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광풍'을 부추기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불가 조치와 관계없이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일 자정 2000만원을 돌파하고, 10시간만에 2400만원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제 시세에 비해 최고 30% 이상 비싸게 거래되며 '코리아 프리미엄' 논란도 일었다. 

이후 차익실현 등으로 소폭 하락해 오후 6시10분 현재 1비트코인당 가격은 2100만원까지 내리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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