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신규 가상화폐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 시장은 올들어 10월까지만 4조원대에 달한다. 작년의 1천억원대에 비해 1년새 40배 급팽창했다.

이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의 대응은 'ICO 전면금지'다. 가상화폐가 돈인 지 물건인 지, 아니면 단순한 전자기호에 불과한 지 개념 규정조차 못내리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을 적절히 육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선순환시킬 수 있는 대책은 진공상태나 다름없다.

25일 ICO 정보사이트 코인스케줄(coinschedule)에 따르면 올해 이뤄진 전 세계 ICO건수는 228개, 모집 금액은 36억1129만3912달러(3조922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ICO건수 46건, 모집액 9638만9917달러(1047억원)에 견주면 폭증 수준이다.

ICO는 기업공개를 뜻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유사한 개념으로 가상화폐를 매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ICO기업은 투자자금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받고, 투자자들은 기업이 발행한 토큰이나 자체코인을 받는다.

토큰은 기존에 존재하는 가상화폐 블록체인 플랫폼 내에서 ICO기업의 프로젝트와 관련한 권리들을 묶어놓은 패키지의 일종이다. 자체코인은 ICO기업이 구성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발행한 가상화폐를 뜻한다.

세계적으로 ICO 진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당국은 ICO 전면 금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가상화폐는 세계적으로 금융수단으로서의 가치 여부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고, 규제환경도 계속 변화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드포크(하나의 가상화폐가 2개로 분할하는 것)와 투기적 수요 등으로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규제 이유다.

하지만 정작 ICO를 금지할 수 있는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화폐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를 살펴보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법)을 위반했거나 사기죄가 적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가상화폐 '코알코인' 프로젝트는 투자자 5000여명을 속이는 200억원 규모의 사기극으로 법적 결론이 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가짜 가상화폐 코알코인 발행사업체 공동대표 박모(48)씨와 정모(59)를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가상화폐 발행사업을 위해 A사를 설립하고,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 한국형 가상화폐를 개발해 126개국에 특허를 냈고, 대기업 투자까지 받았다고 홍보했다. 

원금 손실이 없고, 시중에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서도 인증받았으며, 일정 기간 후에는 가치가 폭등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코알코인은 자산 가치가 있는 기술이 담보돼 있지 않은 가짜 가상화폐로 밝혀졌다.

또 가짜 가상화폐로 밝혀진 '빅코인'의 경우에는 자체 거래소까지 만들어 놓고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빅코인의 한국지사장 김모(69)씨 등 6명은 다단계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총 140억원을 편취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서울 강남 등 전국 10여 곳에 사무실을 차려 다수의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모이는 사람들에게 추천수당, 후원수당, 매칭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해 주는 다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해킹방지기술을 이용해 빅코인을 발행했고, 개수가 한정돼 있어 단기간에 가치가 급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자를 속였다.

자체 거래소까지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투자금이 들어오면 거래소 시세에 따라 빅코인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해 유동성 우려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후순위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 모집 건으로 구속 기소되는 경우 대부분 ICO로 인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사기나 불법 다단계 등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이 ICO를 금지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다.

국내 가상화폐 대응방향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중심의 '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TF'가 기술, 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금지하고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상태다.

합동 TF는 유사수신행위의 관련법의 정의 조항을 정비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영업행위를 금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명명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화폐나 통화, 금융상품 등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개정안에서는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 이외에 '가상화폐거래 또는 가상화폐를 가장한 거래'를 통한 자금조달 행위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가칭)을 마련해 기존 유사수신 행위 이외에 '가상화폐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규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땜질식으로 해결하는 미봉책으로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처럼 건실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장을 정부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며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할 만큼 성장성이 큰 국가다. 정부가 ICO 시장을 적절하게 규제해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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