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해외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확장 공사 현장

▲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현장. / 현대건설 제공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중동 부국 카타르에 유난히 강한 모래 바람이 일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각종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40여분 가량 차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신도시 루사일(Lusail). 이 곳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메인 스타디움(루사일 아이코닉 경기장)이 들어서는 카타르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왕궁과 각국 대사관, 복합 주거단지 등이 밀집돼 있다.

공항과 인접한 도하 시내 중심부터 루사일 인근의 상업 및 주택 지구 펄(Pearl) 지역까지 약 5.8km의 구간을 확장 건설하는 공사를 현대건설이 맡았다. 낡은 교통 시스템을 선진화해 출퇴근 시간대 상습 교통체증을 해결하고 월드컵의 경기장으로 향하는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길이가 길지 않다고 무난한 공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고 왕복 16차로 도로에 터널 10개소, 교량 4개소, 상하수도, 통신 라인, 변전소 등 각종 제반시설까지 갖추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지하 4층까지 도로와 경전철 터널을 뚫어야 하는 고난이도 공사다.  

◆수도 도하~신도시 루사일 잇는 도로확장 공사

현대건설이 진출한 중동의 여러 나라 중 카타르는 특히 인연이 깊다. 1979년 첫 수주해 1982년 완공한 쉐라톤호텔은 지금도 도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이를 시작으로 카타르 신항만 공사와 하마드메디컬시티 공사, 국립박물관 신축공사 등 카타르에서 20여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2012년 5월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를 현대건설이 따낸 것도 현지 정부와 오랜 시간 쌓은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루사일 고속도로의 남쪽 시작점인 와다(Wahda) 인터체인지(IC)에는 특별한 조형물도 올린다.

100m 높이의 철재 아치를 세우고 그 아래에 무게 3000t 규모의 관람센터(Visit Center)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으로 이번 도로공사중 가장 난도가 높은 공사로 꼽힌다.

관람센터는 5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카타르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도하 공항에서 루사일의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향할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엠블럼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펄 지역을 비롯한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지역은 각국 대사관이 밀집하고 왕족과 부호가 대거 거주하는 곳으로 발주처를 포함한 카타르 주요 인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공정률은 80%를 넘어섰다.

가장 긴 터널인 오나이자 터널을 포함한 일부 구간은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했다. 올해 안에 완전 개통을 앞두고 도로포장과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등 유틸리티 공정에 힘을 쏟고 있다.

도로가 준공되면 루사일 신도시는 카타르 도하 인근의 새로운 교통의 요지로 우뚝서게 된다.

인허가ㆍ지반누수ㆍ자재조달…첩첩 난관 극복

카타르 인구 대부분과 기반시설이 도하에 집중된 탓에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는 기존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신규 도로 건설이 아닌 기존 도로의 확장ㆍ개선공사여서 임시 우회도로를 건설, 기존 교통량을 수용해야 했다. 신호체계 변경, 안전시설물 설치, 도로운행 허가 등의 부수작업이 발생했다. 본 공사에 앞서 지하 곳곳에 묻혀 있는 상하수도와 전기 등의 시설물을 이전하는 작업이 선행됐다.

최대 복병은 시설물 이전과 관련, 25개 현지기관과 협의하고 200여 가지의 인허가를 승인받는 과정이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한 40개월의 공기는 67개월로 늘어났다. 공사팀은 2㎞ 넘는 길이의 송전용 마이크로터널을 설치해 시설물을 한데 모았다. 좁은 마이크로터널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공종(工種)에는 안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바닷가에 인접한 사막지형은 초기 굴착공사의 걸림돌이 됐다. 주요 IC와 주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땅을 파야 했는데 석회암 지반에 지하수가 쉽게 스며들었던 것. 전 구간에 펌프를 동원, 초당 1만리터의 물을 퍼내야 했다.

지난 6월에 발생한 카타르와 인근 국가간 단교사태 또한 큰 난관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반입하던 자재들을 오만이나 쿠웨이트 등 제3국에서 들여와야 했다. 카타르내 자재 생산업체에서 조달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찾았다.

각종 악조건에서도 현대건설은 지난 8월30일 2개 터널을 개통하며 발주처와 약속을 지켰다.

제2영동고속도로식 지능형 교통시스템 접목

루사일 고속도로에는 국내 제2영동고속도로에 적용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이 도입된다. 전방에서 사고가 난 경우 뒤에 있는 차량이 알 수 있고 터널의 밝기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깔끔한 일처리는 현지인들에게 한국 건설사의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신설한 임시 우회도로를 본 카타르인들은 이 도로를 정규 도로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밤낮없는 공사로 발주처와 약속을 지켜내자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공기가 연장됐지만 연장에 따른 간접비용을 지급받고 현지인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카타르는 세계 주요 건설사들이 자국과 회사의 명예를 걸고 각축전을 벌이는 중동의 핵심 시장"이라며 "카타르에서 선보인 시공능력과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이어갈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