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일요시네마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19일 (일) 오후 1시 55분

애너미 오브 스테이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원제: Enemy of the State)=감독: 토니 스콧/출연: 윌 스미스, 진 해크만, 존 보이트, 제이크 부시, 배리 페퍼, 잭 블랙/제작: 1998년 미국/러닝타임: 131분/나이등급: 15세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영화<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국가의 감시와 통제가 개인의 신상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그린다.

정부는 감청 및 도청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심각한 인권 유린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영화의 초반부, 국가안보국은 로버트의 옷과 소지품에 몰래 도청장치를 심는다. 그로 인해 로버트의 사생활이 낱낱이 정부에 알려지고, FBI를 비롯해 정부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로버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농담을 주고 받는다. 

로버트는 유리상자에 갇힌 실험쥐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로버트가 마피아 보스를 협박하기 위해 만든 몰래카메라 비디오와 레이놀즈의 비디오가 결국 같은 용도로 쓰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한층 더 서늘하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줄거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노동자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마피아 보스와 맞붙는 것도 감수하는 정의로운 변호사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국의 감청과 도청을 합법화하는 법안의 승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법안에 반대하던 공화당 의원 필(제이슨 로바즈)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로버트의 동창이자 사진 작가인 대니얼(제이슨 리)은 촬영차 조류를 관찰하던 중 필의 피살 현장과 필을 살해한 레이놀즈(존 보이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 

국가안보국은 대니얼을 추적하고 대니얼은 도망치던 중 사망한다. 사망 직전 대니얼은 로버트와 우연히 만나 로버트의 가방에 문제의 디스크를 숨기고, 이 때문에 로버트는 이유도 모른채 국가안보국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다. 

국가안보국은 로버트의 행동 반경을 좁히기 위해 상황을 조작해 그를 사기꾼에 바람둥이로 몰아간다. 

가족과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로버트는 누명을 벗기 위해 비밀 정보원이던 브릴(진 해크만)에게 도움을 청한다. 

과거, 국가안보국에서 도청장치를 개발한 엔지니어였던 브릴은 일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해 홀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로버트의 접근으로 함께 쫓기게 된 브릴은 어쩔 수 없이 로버트를 도와 국가안보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갈 데 없이 구석에 몰린 로버트와 브릴은 기지를 발휘해 레이놀즈와 마피아를 싸움 붙여 위기에서 빠져나온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감상 포인트

액션과 드라마 사이를 긴박하게 오가는 토니 스콧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로버트는 몰이당하는 쥐처럼 고난에 고난을 거듭하다 구세주처럼 등장한 브릴에 의해 구제되는데 그 때의 스릴감이 굉장하다.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인물인 브릴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하나씩 비밀을 풀어놓으며 관객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18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정의감과 유머가 적절히 혼합된 전성기 윌 스미스의 고유한 캐릭터성도 돋보인다. 국가적 차원의 감시 및 통제에 관한 이슈는 현재에도 유의미한 주제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감독 토니 스콧

1944년 영국에서 출생했고 2012년 8월 19일 캘리포니아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서덜랜드 아트스쿨과 런던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했고 1973년에 형 리들리 스콧이 차린 광고회사 RSA에서 상업광고를 주로 찍었다.

뱀파이어 영화 <악마의 키스>(1983)로 감독 데뷔했다. 카트린 드뇌브, 수잔 서랜든, 데이빗 보위 등이 출연한 브리티쉬 호러로, 화려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의 연출 감각을 인정받았으나 흥행엔 실패했다.

그 뒤 당대 할리우드 최고의 프로듀서 돈 심슨, 제리 브룩하이머와 손을 잡고 <탑건>(1986)을 연출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탑건>은 굉장한 히트를 했고, 신인이었던 톰 크루즈는 단박에 톱스타로 떠올랐다.

한동안 1980년대 할리우드의 흥행 감독으로 명성을 드높인 토니 스콧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상업적 센스와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동시에 담은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때 나온 영화가 <리벤지>(1990) <폭풍의 질주>(1990) 등이었으나 끊임없이 제작자와의 마찰로 괴로움을 겪었다.

컬트영화의 기린아였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각본으로 연출한 <트루 로맨스>(1993)는 그에게 마침내 작가의 왕관을 선사했다. 이후 연출작인 <크림슨 타이드>(1995) <더 팬>(1996)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 <팰햄 123>(2009) <언스토퍼블>(2010)은 액션과 드라마가 유려하게 혼합된 작품들이었다.

조 카나한의 특공대>(2010), 박찬욱의 <스토커>(2013), 스콧 쿠퍼의 <아웃 오브 더 퍼니스>(2013)를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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