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 1000여개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증권에 집중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대상으로 규정했음에도 현재까지 차등과세,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발견한 1199개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중 1021개 계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연도별·금융회사별 제재 내역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금융실명제 상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계좌는 총 10개 금융사(은행 3개, 증권회사 7개)에, 1021개 계좌에 달했다.

이들 계좌 중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 개설된 계좌 20개를 제외한 1001개 계좌는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차명계좌였다. 가장 오래된 계좌는 1987년 신한증권에 개설된 주식계좌였다.

금융감독원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제재내역. <자료=박찬대 의원실>

금융기관별 분포를 보면 은행계좌 64개, 증권계좌 957개였다. 특히 이중 756개 계좌가 삼성증권에 집중적으로 개설됐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53개), 하나은행(10개), 신한은행(1개) 등에 차명계좌를 유지해왔다.

증권회사에서는 삼성증권에 이어 신한증권(76개), 한국투자(65개), 대우증권(19개), 한양증권(19개), 한화증권(16개), 하이증권(6개) 등에 차명계좌를 만들었다.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8월 13일 이전에 계설된 계좌들은 모두 증권사에 개설된 증권계좌였다.

신한증권과 한국투자 계좌 16개와 삼성증권에 개설된 4개 계좌가 그것이다. 금융실명법 상의 비밀보장 조항으로 인해 2008년 특검 당시에는 계좌 잔액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다.

다만 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는 90%의 고율 소득세 차득과세에 더해 실명제 실시일 기준 재산가액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는 전적으로 삼성증권에만 차명주식 은닉을 집중해 왔다.

2004년에만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 실적이 141개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1021개는 전부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인한 제재조치 대상이다.

금융실명법 제5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그 이자 및 배당소득에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제6조 및 제7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90% 소득세 차등과세와 함께 추가로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쌓아둔 재산이 얼마든지 상당부문 국가에 환수돼야 하는 것이다.

2004년도 이후에 개설된 차명 증권계좌의 경우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부과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증세법 제45조는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자가 마치 그 재산을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은 차명 증권계좌를 통한 재산은닉·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2004년 1월 1일 시행됐다.

즉 이건희 회장이 2004년 이후 삼성증권 등에 집중적으로 개설한 증권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소득세이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증여의제를 적용한 증여세 부과 등의 조치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박찬대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에 확보한 이건희 차명계좌의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한 연도별·금융회사별 현황 자료는 이건희 차명재산의 은닉이 금융회사를 악용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 구체적 증거”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이 문제를 철저하게 따져서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조세정의의 확립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