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의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린다. 삼성측은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특검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억지성 전략을 고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부장판사 김진동)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10월 19일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 원고 청구 기각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고 말하며 두 회사의 합병이 승계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승계작업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등의 범행동기가 되는 사실이기 때문에 삼성측은 이를 부인함으로써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루트가 짧아졌으며 이는 곧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힘들어 2심이 이를 받아들일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에 대해 뒤집어진 판단을 한다면 무죄판결 또는 감형은 고사하고 형이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뇌물공여 액수는 89억원이며, 뇌물공역 전액은 횡령 유죄판결을 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내놓은 204원은 전액 무죄판결을 받았다.

◆ 여전히 ‘승계’ 없다는 삼성...2심에서 통할까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지난 1995~1996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한사채를 증여했을 때 끝났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추가적인 승계작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은 경영권 승계과정이었으나 2009년 5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을 무죄 판결한 순간, 합법적인 승계작업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피고인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실장(부회장)도 법정에서 이 부회장이 사장단의 추대 등을 통해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강화에 기여했기 때문에 삼성측의 진술을 믿을 수 없으며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동기가 충분함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측은 2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 사건 이후 추가적인 승계작업이 필요하지 않았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승계작업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뇌물을 주며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도 없었다는 논리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비난대상인 뇌물죄의 성립 동기 자체를 흔드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가 이같은 삼성측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가 내려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최순실씨 등에 대한 판결도 전면 부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 전에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과도 대립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부 무죄를 위한 무모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한 사람의 재판이 아닌 국정농단 전체와 연관이 있는 재판이다. 이미 여러 재판부에서 승계작업은 인정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만 부인한다고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본다”고 말했다.

◆ 특검, “미르·K 지원도 뇌물이다”...승계는 현재 진행형

이재용 부회장측 뿐 아니라 특검도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04억원 역시 뇌물이라는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순실씨의 사적 이익추구를 위한 수단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각 재단을 사적 이익추구 수단으로 사용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하지만 특검의 증거만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승계작업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재단을 지원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판단했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26일 설립됐다. 삼성이 계열사들로 하여금 125억원을 출연금으로 미르재단에 송금하게 한 다음날이다. 50여개 대기업이 출연한 금액 중 삼성의 출연금은 압도적으로 높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는 데 삼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특검은 이 부분을 집중 조명해 삼성의 재단 지원도 뇌물임을 주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주소각을 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는 등의 행위도 2심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승계작업이 문제시 돼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여전히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계 관계자는 “삼성의 승계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대한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와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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