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바스기념병원 전경./늘푸른의료재단 제공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를 놓고 '편법', '불법'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대기업의 병원 인수 길을 터줘 궁극적으로 병원 영리화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한다.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정부 대응과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타한 데 이어 김상희 의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정 다툼도 계속 중이다. 관련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돼 있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재판장 이진웅 부장판사)는 9월21일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회생계획의 핵심은 호텔롯데가 총 2900억원을 늘푸른의료재단에 기부(600억원) 또는 대여(2300억원)하고, 그 대가로 의료재단 이사회 구성권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회생법원은 롯데가 이사회 구성권을 갖더라도 늘푸른의료재단 자체는 예전과 같이 존재하고 활동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측에서는 의료재단의 이사회는 병원 운영은 물론 관련 재산에 대한 처분권까지 모두 가지기 때문에 이사회를 롯데가 장악하면 보바스기념병원은 사실상 롯데 계열사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1심 회생법원이 의료법 관련 규정을 너무 형식적으로 해석해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생법원은 의료법인의 이사회를 일반 주식회사의 이사회와 같은 반열에서 보고 '이사는 바뀌어도 법인은 그대로다'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의료법인의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이사회 권한은 물론 주주총회 권한까지 행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회생법원이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특정 재벌기업의 의료법인 이사회 구성권 확보를 통상적인 이사진 변경과 같은 수준의 것으로 판단한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의료계 반응이다.

감독관청인 성남시와 보건복지부도 호텔롯데의 이사회 구성권 확보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회생법원에 냈지만, 무시됐다.

박 모 전 이사장 등 반대측은 회생법원의 인가결정에 반발해 10월10일 서울고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1심 회생법원 재판부의 인가결정 이유와 반대측의 항고이유를 중심으로 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편법인수 논란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

◆ 의료법 위반 관련

의료법 33조은 의료기관의 개설주체를 의사,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같은 일반 영리기업은 병원 등 의료기관을 만들거나 인수할 수 없다.

▶ 회생법원= 의료기관이 보바스기념병원을 개설·운영하는 주체는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이고, 호텔롯데는 재단에 자금을 출연 및 대여한 자에 불과하다.

또한 호텔롯데가 출연 및 대여을 통해 늘푸른의료재단의 임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해도 의료기관 개설 운영의 주체는 여전히 늘푸른의료재단이라 할 것이고, 그 주체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및 회생계획안이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 항고이유= 재단법인은 개별법이 있는 경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인수·합병이 가능한데, 이러한 이유는 재단법인의 이사회가 곧 그 재단을 대표하고, 재단의 모든 재산의 관리 및 운영, 처분권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단법인의 인수는 해당 재단법인의 이사회 구성권(추천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인가전 M&A’를 조건으로 한 회생계획안의 늘푸른의료재단과 호텔롯데와의 무상출연 및 자금대여계약은 영리기업인 호텔롯데가 600억원을 채무자에 무상출연하고, 2300억원에 대해서는 이자를 받고 채무자에 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출연 및 대여에 대한 대가로 호텔롯데는 채무자의 이사추천권을 취득한 것이다. 

호텔롯데의 늘푸른의료재단에 대한 이사추천권을 취득하는 거래는 ‘호텔롯데가 출연 및 대여를 대가로 채무자를 인수한 것이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보바스기념병원 회생계획안은 의료법에 규정되지 않은 영리기업과 의료법인간의 인수를 허용하는 것으로 법률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회생법원의 결정은 호텔롯데가 이사추천권을 갖더라도 이는 채무자의 임원진변경에 불과할 뿐이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률위반이 아니다는 것인데, 이 사건은 법인설립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기업의 의료법인 인수,합병에 대한 문제이며, 영리기업이 의료법인의 이사추천권을 갖는 것 자체가 바로 영리기업이 의료법인을 인수하는 것이므로 이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 회생계획안은 결국 호텔롯데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여 종전 개설자의 명의를 계속 이용하여 의료기관의 운영을 지배,관리함으로써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간의 의료기관개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의료인이 아닌 호텔롯데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채무자를 통하여 채무자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인 보바스기념병원의 운영에 관하여 독점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그 책임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호텔롯데에서 지정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여 병원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및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호텔롯데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채무자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반하여 무효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호텔롯데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늘푸른의료재단을 이용하여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인 보바스기념병원의 의료시설 및 의료진을 인수하고, 호텔롯데가 지정하는 사람을 채무자의 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그 이사들로 하여금 보바스기념병원의 운영을 지배, 관리하는 것은 호텔롯데가 보바스기념병원을 직접 개설, 운영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의료법은 이러한 형태의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을 금지하여 의료영리화를 막고자 하는데, 호텔롯데의 채무자 인수는 강행법규인 의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와 같이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통하여 결국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이를 탈법행위라고 할 것인데, 호텔롯데가 채무자를 이용하여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의료법위반의 전형적인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외국인투자기업의 병원 설립 금지 관련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의 내국인 설립원칙을 정하고 있고, 특별법으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국제자유도시에서만 일정한 요건하에 예외적으로 외국인 및 외국인투자기업의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 회생법원=이 사건 계약은 호텔롯데가 의료법인의 출연자 내지 채권자로서 의료법인의 임원 추천권을 갖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뿐이고, 이를 무상출연자인 호텔롯데가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므로, 더 나아가 외국인투자기업에 관한 쟁점을 살펴볼 필요가 없다.

▶ 항고이유=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추천권을 가지고 늘푸른의료재단을 통해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호텔롯데가 보바스기념병원을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고, 이는 결국 외국인의 국내 의료기관개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호텔롯데는 99.28%가 일본소재 기업이 소유한 외국인투자기업에 해당한다. 이처럼 외국기업인 호텔롯데에 대하여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국내지역에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법률위반을 넘어 특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생법원의 결정은 외국인들이 국내의료법인에 투자하는 형태로 국내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므로 외국인의 국내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문화된 규정으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 주무관청(성남시장)의 허가 관련

보바스기념병원 주무관청인 성남시(시장 이재명)는 회생계획안이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처분을 수반하는 경우에 해당돼 주무관청인 성남시의 허가를 득해야 하며, 의료법인의 자산평가액을 초과한 과도한 자금대여와 이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은 적정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회생법원= 의료법인이 기본재산 처분을 수반하는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인의 자산평가액을 초과한 과도한 자금대여와 이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 성남시장이 제출한 의견서의 주요 요지다.

회생계획안의 인가 이후 호텔롯데의 무상출연금은 늘푸른의료재단의 기본재산에 편입되고 무상출연금을 채무변제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인 성남시장의 허가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장의 의견은 무상출연금의 기본재산 편입 및 변제를 위한 사용을 골자로 하는 회생계획안 자체를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회생계획과 성남시장의 의견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무상출연금을 변제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에 관해 성남시장의 허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나머지를 차용금으로 변제할 수 있으므로 성남시장의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회생계획안은 수행가능하다.

부체비율에 관한 성남시장의 의견은 늘푸른의료재단을 적정히 감독하기 위한 주무관청으로서의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그 의견 내용이 회생계획안의 인가요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항고이유= 성남시의 의견은 명백히 회생계획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것이다.   

보바스병원 회생계획안은 사실상 영리법인이 추천한 이사에 의해 의료법인이 운용되어지는 것으로 실질적 합병이라는 점, 회생절차가 진행중이라도 기본재산처분에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재단법인의 과도한 자금대여에 의한 과도한 부채비율은 적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형태의 회생계획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원심법원이 성남시에서 출연금사용에 대해 허가를 하지 않으면 차용금으로 변제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늘푸른의료재단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유가 채무가 과다해서인데, 오히려 회생을 통하여 더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매년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갚기 위해서 의료법인 자체의 상당한 구조조정 및 희생이 필요한데, 대여금 원금은 언제 갚을 수 있는지 의문이고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면 어찌할 것인가.

호텔롯데에서 무상출연금보다도 훨씬 많은 자금을 대여하는 이유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늘푸른의료재단의 자산상태를 과도하게 넘어 재단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새로운 채무를 유발시키고 이러한 채무가 주무관청의 감독을 벗어나는 것이라면 이 또한 주무관청의 허가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할 것인데, 원심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없이 성남시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다.

성남시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반대의견은 분명하고, 이는 회생계획에서 행정청의 허가·인가·면허 그 밖의 처분을 요하는 상항이 행정청의 의견과 중요한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회생계획안은 폐지되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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