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밀집 대림동 '차이나타운' 투자 썰물…수천만원 낮춰도 '뚝'
화교 터전 연남동 '서울 바오젠' 타격 덜해.…노후건물 입질 여전

▲전국 최대규모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역 인근 거리에 중국어 간판이 줄지어 걸려있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17일 오후 지하철 2ㆍ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자 서울 변두리인지 중국 연변인지 헷갈릴만큼 휘황찬란한 형형색색의 간판 물결이 눈에 들어왔다. 장사 준비 시간인데도 시끌벅적한 중국색 분위기가 물신 풍기는 속칭 대림동 차이나타운이다.

하나은행이 중국 간자체로 韓亞銀行(한아은행) 간판이 달린 것을 비롯해 온통 중국어만 쓰여 있는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음식점, 노래방 등이 즐비했다. 중국인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정식 명칭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이다.

최근 몇년새 중국인들이 인천 영종도, 송도는 물론 서울 강남의 럭셔리 주택 시장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지만 통상적인 부동산 투자 시장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구로구 구로동, 마포구 연남동 등 조선족과 화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튕긴 중국 부동산 투자 방향타를 짚기 위해 찾은 대림 차이나타운의 체감 경기는 바깥 날씨보다 냉랭해 보였다.

타운내 민항 부동산사무소 강희석 대표는 "(거래가) 다 끊겼다. 사드에다 8ㆍ2 대책이 터지면서 이 동네는 망했다. 38년째 이 곳서 개업하고 있는데 두달째 죽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 대표는 "지난해엔 중국 교포들이 비자만 있으면 시중 은행이 70% 융자를 해줬다. 방 2개 빌라가 2억3~4000만원 정도면 1억5~6000만원은 융자로 막았다"면서 "올해는 호가가 2~3000만원 떨어졌는데 문의 전화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융자가 40%가 안되는데 가게 매상도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역세권만 버티지 안쪽으로는 점포를 내놓은 곳이 많다. 차라리 치워버리고(정리하고) 어디가서 맨몸뚱아리로 벌어먹는게 낫다는 정도"라고 전했다.

근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사드 이후 분위기가 냉하다. 비자 내기가 까다로워 한국에 들어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교포들이 장사로 벌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 바로 들어오는 자본도 있다. 지난해엔 50억 단위의 소형 빌딩 문의도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올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2015년까지 5년간 중국인 토지ㆍ건물 매입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제주와 강원 평창으로 최대 20~30배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도 토지ㆍ건물 매입이 각각 6배 정도 상승했다.

서울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은 구로동과 대림동이 많은데, 구로동에선 중소형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을, 대림동에선 소규모 토지나 건물 복합상가(3층 이하)를 사들인다는 게 한국감정원의 추정이다. 구로동은 주거, 대림동은 장사가 건물 매입의 주 목적인 셈이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서울 서남부권 중국인 밀집 지역이 사드와 규제의 더블 악재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모습이다. 중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을 쓸어담던 쇼핑 기세가 꺾이면 가격이 하락해 실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연남동 일대에 다세대 주택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신흥 명소인 마포구 연남동의 공기는 어떨까.

연남동은 홍대입구역과 경의선 가좌역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연희동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연남동은 인근 한성화교중고교를 중심으로 한중 수교 전에도 중국 화교들의 생활 근거지였다.

그런데 지난 2011년말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 개통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유입되면서 숙박시설 및 상권이 팽창했다. 중국인들이 자국민 관광객을 상대로 쇼핑센터, 사후면세점, 게스트하우스 등을 열면서 서울판 '바오젠 거리'(제주시 연동 중국인 거리)로 변모됐다.

연남동 동교로 복판에서 연희동 쪽으로 걷다보니 두 동네를 가르는 굴다리 직전 오른쪽 좁은 골목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렸다. 다가구 주택을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쇠파이프 등 가설물 자재들이 겹겹이 에워싼 노후건물 옆에는 인부들이 떼어낸 콘크리트 잔해들을 소형 트럭에 옮기고 있었다.

동교로에 있는 홍대 담 공인중개소 대표는 "대림동은 교포들이 주로 살지만 연남동, 연희동엔 3대째 터를 잡은 중국, 대만 화교들이 많은데 임대 목적으로 건물들을 꾸준히 매입한다"며 "토착민들의 부동산 투자이기에 사드 영향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를대로 올라 비싼 것은 (건물 포함 땅값) 호가가 평당 8500만원, 50평짜리 건물이 42억원 정도한다. 2년전보다 평당 최대 2000만원 뛰었다"며 "(사드 탓에) 다만 여행사,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임차인들은 타격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은 계단식으로 호재가 있으면 오르고, 없으면 그대로 가는데 마포구는 그간 소홀한데 대한 보상심리로 한방에 만회하려는 게 있다. 1년만에 뛴다"며 "10~20억 가진 사람들이 오는데 그 돈으론 집 못산다. 골목 안에도 평당 5000만원에 팔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오렌지부동산의 김덕수 대표는 "화교라곤 하지만 동네 주민인데 사드로 인한 타격이 있겠나. 주민등록상은 외국인이나 실생활은 내국인인데"라며 "여기가 뜨니깐 본토에서 친구나 지인을 데리고 와서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또는 화교)은 여기 부동산 정보를 꿰고 있으니 자기들끼리 자급자족한다. 임대가 나와도 한인 중개업소에 내놓지 않는다"며 "중국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거래가 안된다. 자기들끼리만 매매든 임대를 한다"고 토로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트리플역세권인 이 곳은 연남동을 걸쳐 가좌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숲길공원(구 용산선 기찻길)의 출발점이어서 요지로 꼽힌다.

전철역 부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2주 전에 중국 본토인이 공원 라인에 급매물 건물이 나온 게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최대 50억원을 얘기하더라"며 "평수와 무관하게 금액만 맞으면 소형이라도 잡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오른 자치구는 마포구로 전년 대비 14.08% 상승했다. 서울 평균(5.26%)의 세 배 가까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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