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이예진 기자]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조계종 내 소문으로 돌던 '괴문서'의 실체를 추적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지난 7월 세속의 법원 격인 조계종 호계원의 초심호계위원(판사)인 H 스님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폭행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7월 31일,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여러 사찰에 같은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수신된 문서에는 25세 여성이 경북 칠곡군 소재의 꽤 규모가 큰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출산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남 울산이 고향인 박영희(가명, 31) 씨와 어머니 진경숙(가명, 61)는 지난 7월 6일 경남도경찰청에 H 주지스님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언급된 H스님은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인 S사찰의 주지스님이기도 하다.

취재가 시작되자 H 주지스님은 호계원에  초심호계위원 사표를 냈다.

박 씨와 진 씨에 따르면 H 주지스님은 S 사찰 주지로 재직하던 2012년 8월 사찰을 구경시켜주겠다면서 자신 소유의 김해 C 사찰로 데려가 건물 3층에 위치한 주지실에서 성폭행했다.

H스님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성폭행을 했고 이를 외부에 발설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같은 해  박씨가 임신 사실을  H 스님에게 말했지만 경상도 모 교구본사의 주지가 되고 싶어 했던 스님은 크게 화를 내며 인공유산을 강요했다.

합법적인 수술을 하려면 H 스님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던 박 씨는 2013년 6월 8일 딸을 출산했다. H 주지스님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아파트를 얻어 박씨의 거처를 옮기게 했다.

H스님은 이후 이들 모녀를 찾아와 생활비를 줄때면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고 시달리던 모녀는 결국 악연을 끊기로하고 H스님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H 주지스님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다른 주장을 폈다. 이들이 공모한 함정에 자신이 빠졌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이가 서른 살 될 때까지 필요한 교육비와 생활비 등 19억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는 것. 성폭행 주장 역시 지어낸 이야기라고 억울함을 털어놨다. H스님은 "돈 문제“라며 ”무고로 공갈협박으로 고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H 주지스님은 박영희 씨를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결혼만 올리지 않고 사실혼 관계였는데 박영희 씨 잘못으로 관계가 파탄났으니 위자료 500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소장에는 H스님이 지난 5년간 박영희 씨에게 보낸 생활금 내역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여러 스님들과 사찰 관계자들을 만났으나 이들은 하나같이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종단 내 고위인사가 H스님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과 마주했다.

박영희 씨는 "상주 성불사 큰스님이 자기를 많이 도와준다고 다시 들어가게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1년간 쉬면서 상납금이 1억원이 넘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H 주지스님이 오랫동안 전처럼 모셨다는 큰스님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서의현 스님으로 추정했다.

서의현 스님은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연임했고 3선에 도전했지만 큰 반발에 부딪혔고 조계종 폭력사태가 발발해 결국 조계종에서 쫓겨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서의현 스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난 거기에 아무 관련이 없다. 뭘 가까운 소리냐.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모신 일도 없고 온 일도, 간 일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람들은 서의현 스님의 오른팔인 S스님이 H스님을 도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서의현 스님의 최측근이라는 S스님은 과거 동화사 주지였다. S스님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한편 불교계의 성추행, 성폭행건은 교단의 권력 비리와도 얽히며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엔 선학원 이사장 최모씨(64)가 수습 여직원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