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66)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발표하며 배경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13일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하고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또한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사퇴 이유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와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이 징역형을 선고 받으면서 삼성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해온 권오현 부회장이 비상 경영 상황에서 인사 때도 아닌 시기에  갑작스러운 사퇴를 발표한 것에 대해선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실권을 갖고 그룹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개별 사장들이 움직이고 있고 권 부회장이 전체 경영을 할 능력은 안된다.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역할을 못했고 실질적으로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밍이 좋은 시점에 아닌데 갑작스럽게 튀는 용퇴를 발표한 것은 개인적인 신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며 "반도체 전문가인 기술자 출신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될 일을 할 사람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1952년생인 권오현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다.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권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의 총수 대행 역할을 할, 삼성전자의 새 후임 사령탑이 누구인지도 관심사다.

삼성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판을 새로 짜고 있는 것 같다. 연말 사장 인사를 앞두고 권오현 부회장이 빠져줘야 판을 새로 짤 수 있다. 이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끝난 것 같다"고 했다. 

권오현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수장으로는 권오현 부회장과 함께 소비자가전(CE) 부분을 맡고 있는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64), IT·모바일(IM) 부문을 맡고 있는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60)이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CE부문 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경영상 주요 사항들을 결정하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사회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외에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삼성을 움직이는 실세로는 과거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출신인 이상훈 경영지원실 실장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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