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시가총액 10조원대로 코스닥시장 '아이콘'인 셀트리온이 코스피시장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하면서 코스닥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지난 7월 정보기술(IT) 대형주 카카오가 이탈한 데 이어 제약·바이오 대표주인 셀트리온마저 이적을 결정하자 시장의 위상 하락은 물론 정체성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2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코스피시장 이전 상장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의했다.

셀트리온은 한국거래소 코스피 시장본부의 상장승인을 조건부로 코스닥 상장폐지 및 코스피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뒤 오는 12월 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인데,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2월 경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논의는 지난 몇 년 동안 주주들을 괴롭혀온 투기자본세력의 악성 공매도로 촉발됐다. 공매도란 빌린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 주가 하락 때 다시 사들여 갚아 차액을 챙기는 것을 뜻한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는 공매도 피해와 별도로 코스피 200 편입을 통한 외국인과 기관자금 유입 기대감을 코스피 상장의 주된 이유로 압박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설정액은 10조원 이상인 반면 코스닥150과 코스닥 추종 ETF 설정액을 모두 합해도 4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코스닥은 패닉에 빠진 분위기다. 회사 주주와 경영진의 판단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업종 선두주자로 첨단 제약·기술주 중심의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성격에 딱 맞는 기업이자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코스피 시장 이전 결정으로 전체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스닥이 고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는커녕 코스피의 '2부 리그'와 같은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이라며 "차별화된 업종과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성장가능성으로 승부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이번 문제는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코스피·코스닥 양대 주식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겉으로는 특정 몇 개 업체의 코스피행으로 코스닥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정운수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상무)는 "일시적으로 코스닥 기업 한두개가 코스피로 이전한다고 해서 시장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주 시장으로써의 시장 위치는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시장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IR도 진행하고 있고, 공매도 관련해서도 규제를 계속해왔다. 코스닥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은 1999년 증권업협회가 IT기술주 중심의 한국판 나스닥 시장을 추구하면서 만든 시장이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으로 현재는 코스피 시장이 속해있는 한국거래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네이버가 코스피로 이전한 데 10여 년만에 카카오와 셀트리온도 비슷한 문제 의식으로 코스닥을 떠난 상황에서 시장관리자인 거래소의 현안 개선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이미지를 결정하는 대장주가 코스닥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나스닥을 기대할 수 있겠냐"며 "거래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 통합지수 개발 등이 실효성있게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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