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점포 전대 발각 시 보증금 무조건 전액 몰수...피해 상인 속출

최소 매출액 높여 영세 입점업체 기여분 가로채고 감당 못할 경우 퇴출

코레일유통 직원들이 8월27일 새벽 인천 동암역 레드아이 매장을 강제철거 하고 있다. <사진제공=황대용씨>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패션 액세서리 전문 프랜차이즈 레드아이 인천 동암역 상가 가맹점주 A씨는 지난 7월30일 레드아이 본사 측으로부터 경영난으로 계약만료일(8월31일)까지 보증금을 돌려줄 상황이 못되니 보증금 반환 관련 약정을 다시 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8월11일 체결한 채권 양도양수 계약서엔 레드아이에 예치해 둔 A씨의 보증금 3400만원 중 계약 만료시 레드아이는 1000만원만 주고, 나머지 2400만원은 코레일유통(대표 유제복)이 A씨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2014년 8월 레드아이와 계약을 맺으면서 물품 보증금 명목으로 3400만원을 레드아이에 예치했는데, 레드아이는 이 중 2400만원을 상가 원 권리자인 코레일유통에 다시 건넨 상태였다. 

그런데 레드아이측이 이 채권 양도서를 코레일유통에 내용 증명 형식으로 보내자 코레일유통 측은 “상가 전매, 전대는 계약 위반”이라며 8월 23일 "이 점포는 8월 11일자로 계약이 해지돼 14일자로 명도된 매장이니 매장을 불법으로 점유하거나 시설물을 훼손할 수 없다"는 공지를 붙이고 점포를 폐쇄해 버렸다.

이어 25일 코레일유통 측 용역 10여명이 A씨의 점포에 들이닥쳐 점포내 1500만원 상당의 물품들을 가져간데 이어 27일 새벽 다시 찾아와 매장 인테리어마저 철거했다.

A씨는 점포와 상품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지만 코레일유통 용역들의 완력을 당할 순 없었다.

A씨는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코레일유통의 ‘갑질’을 규탄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코레일유통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과 함께 점포를 무단침탈하고 상품을 강탈해간 것에 대해 형사고소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3심까지 소송전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레드아이 가맹본사, 코레일유통, A씨 중 누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 코레일유통 점포 무단 침탈 왜?

코레일유통 측은 A씨의 상점을 강제 철거한데 대해 “철도역사 내 매장은 전매·전대가 금지돼 있는데도 레드아이와 A씨가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코레일유통 측에 통보했기 때문에 계약서상의 경영위탁금지 조항에 의해 계약해지 통보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레드아이로 본사로부터 8월14일자로 매장내 상품 등에 대한 임의처분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명도확인서를 받았고 절차에 따라 매장 내 상품을 물류센터로 이관하고 매장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중 A씨가 상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무단으로 진입해 철거 작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유통 측 직원도 부상을 입었다고도 했다.

코레일유통은 상가 임대계약을 원래 레드아이와 체결했고 계약서 상 레드아이는 해당 상가를 제3자에게 재임대를 할 수 없는데, A씨가 레드아이와 점포 전대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고 점포를 폐쇄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코레일유통의 '전문점 운영 계약서' 제 28조에 따르면 “파트너사는 경영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 3자에게 위탁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위탁'은 파트너사와의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의 전형적인 고용계약을 제외한 매장 운영 및 매장 관리에 관한 사무 위임을 내용으로 하는 모든 계약 형태를 포함한다는 게 코레일유통의 주장이다. 

즉 매장에 레드아이와 고용계약을 맺은 직원이 근무하지 않고 매장 경영을 가맹점주에게 위탁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동암역 점포의 경우 레드아이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인 A씨가 운영해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코레일유통은 레드아이 본사의 위탁경영, 가맹점주 A씨와의 전매·전대 계약을 몰랐을까.

◆ 코레일유통, 전매·전대 알고도 묵인?

A씨는 “레드아이가 채권 양도계약서를 코레일유통쪽에 보내자 코레일 측에서 보증금 채권 양도가 되면 계약해지 및 보증금 몰수 사유가 된다며 채권양도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코레일유통 측이 가맹 본사의 동암역 매장에 대한 가맹점 형태 운영을 알고도 묵인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확약서를 써줘야 한다며 동의하지않자 코레일유통 측이 레드아이와 계약을 해지하고 A씨의 상점 문에 무단으로 자물쇠를 채웠다고 했다.

코레일유통이 위탁경영을 알고도 묵인해오다 가맹본사가 어려워 계약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 되자 “파트너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보증금 전액을 회사로 귀속한다”는 가맹본사와의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영세 가맹점주들의 수천만원대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지 않고 몰수해버렸다는 것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영세상인들이 코레일유통에 보증금을 몰수당한 사례는 또 있다.

2014년 4월에는 화장품 업체 ‘더샘’의 오류역·대방역·동암역·역곡역·독산역 등 5개 매장이 전대를 했다는 이유로 코레일유통 측으로부터 계약 해지와 함께 보증금 전액 몰수당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국가재산을 전매·전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데 더샘 매장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전매·전대를 했다. 매장 운영자가 말하는 것을 믿을 수 밖에 없는데 전매·전대 계약을 하지 않도록 한 약정을 어긴 이상 계약을 해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 점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A씨는 “가맹 본사와 계약시 전대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설사 전대로 밝혀져 계약 위반을 했다고 해도 거대 공기업인 코레일유통이 피해액 만큼만 가져가면 될텐데 영세 상인들의 계약보증금 전액을 가져가고 매장을 갑작스럽게 강제로 폐쇄하는 것은 ‘갑질’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 파트너사 귀책사유 구체적 명시않고 계약해지, 계약보증금 전액 몰수

코레일유통의 전문점 운영 계약서 제 9조  계약보증금 관련 조항에 따르면 '파트너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보증금 전액을 코레일유통에 귀속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귀책사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지 않아 코레일유통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코레일유통이 실제 입은 피해액 상당액만 보증금에서 제하고 나머지는 파트너사에 반환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무조건 ’전액’을 귀속하도록 해 불공정 논란 소지가 있는 것이다. 

코레일의 '전문점 운영 계약서'가 같은 내용으로 다수의 가맹점들과의 계약체결에 적용되는 만큼 '불공정 약관' 논란도 있을 수 있다. 

불공정 약관이란 일방당사자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고 상대방 다수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약관을 말한다. 불공정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규제대상이 된다.

약관의 불공정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심사하며, 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의 내용이 담긴 불공정약관은 무효다.

코레일유통 측이 법원 판결 등 적법절차 없이 A씨의 점포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물건을 가져간 것도 불법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레일유통 측은 레드아이로부터 8월14일자로 매장내 상품 등에 대한 임의처분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명도확인서를 받았고 절차에 따라 매장내 상품을 물류센터로 이관하고 매장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드아이는 경영난으로 7월께부터 A씨의 점포에 대한 물품 공급을 중단했으며 A씨는 자신이 직접 물건을 사입해 판매해 왔다. 

매장내 상품이 레드아이 소유가 아닌 A씨의 것으로 임의처분 위임 대상이 아닌 것이다.  

◆ ‘월 최저 하한 매출액’ 수수료, 상인 고혈 짜 코레일유통 배불리는 구조

호화청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코레일유통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신사옥.

특히 코레일유통 전문점 운영 계약서는 ‘최저 하한 매출액’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점포 임차인에게 판매 목표를 강제, 거래상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점포 임차인들의 고혈을 짜는 것이란 지적을 받는다.

코레일유통은 가맹 본사가 제안한 제안매출액의 90%를 ‘월 최저 하한 매출액’으로 설정, 이를 기준으로 한 임차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제안 매출액을 3000만원으로 설정하면 월 최저 하한 매출액은 90%인 2700만원인데, 매출이 떨어져 1000만원을 벌어도 정상 매출 때와 같은 2700만원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다.

가맹본사가 코레일유통에 지불하는 수수료율이 매출액의 20%일 경우 1000만원을 벌든 3000만원을 벌든 2700만원의 20%인 540만원을 내야 한다. 

제안 매출액인 3000만원이 넘어가면 늘어난 매출에 해당하는 20%를 수수료로 낸다.

가맹점이 돈을 많이 벌수록 코레일유통이 많은 수수료를 챙겨가는 반면 돈을 못 벌면 가맹점은 손해를 보지만 코레일유통은 고정 수입을 보장받는 구조다.

◆ 최소 매출액 높여 입점업체 기여분 가로채고 퇴출하기도 

최소 매출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소, 영세 입점업체의 기여분을 가로채고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퇴출하기도 한다.

코레일유통은 부산의 향토 먹거리인 삼진어묵의 부산역 매장 재계약 과정에서도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해 4차례나 계약을 유찰시키고 결국 해당 상가를 타 업체에 넘겨주며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부산역의 명물이던 삼진어묵은 코레일유통이 제시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점포를 철수했다.

삼진어묵은 2014년 월 매출 2억원을 제안, 25% 수수료를 내는 조건으로 부산역에 입점했다. 이후 월 매출 14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국 기차역중 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입점 수수료로 약 100억원을 코레일유통 측에 납부하는 등 코레일유통의 부산역 매장을 활성화시켰다.

그런데 재입찰 과정에서 코레일 측은 수수료를 6배나 요구하며 결국 삼진어묵이 입점을 포기하도록 했다.  

코레일유통은 삼진어묵 재입찰시 5년간 당초 계약한 월 제안 매출액의 6배가 넘는 월 매출 13억원, 최저 매출액 11억7000만원(90%)의 26%의 수수료 납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유통의 부산역 매장 월 임대료는 3억원 수준으로 이는 세계최고 임대료 수준인 뉴욕의 5번가나 국내에서 가장 비싼 명동보다도 비싼 임대료다.

이에 부산시는 코레일유통의 부산역 내 상가 임차와 입찰방식이 업체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여서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코레일과 삼진어묵 간 사례의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월 평균 11억~12억원의 매출을 기록, 기차역 임대시설 중 최고 매출액을 올리면서 2억~3억원의 수수료를 코레일유통 측에 내왔는데도 재입찰에서 삼진어묵이 계속 유찰됐으며 다른 업체에 상가가 넘어간 과정에도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삼진어묵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코레일유통의 갑질로 인한 지역 중소 상공인들의 피해 사례가 많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는 코레일유통이 과연 공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유통의 갑질 논란은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도마 위에 오르지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유통의 ‘최저 하한 매출액’ 기준 임대료 부과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임대사업자가 매출 누락 등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여하고, 1년에 5회 누적 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퇴출시키는 규정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

중소, 영세 상인들의 고혈 수수료가 호화 청사 건설에 쓰였다는 비난도 인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사업비 769억원을 들여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경찰서 사거리에 연면적 5만903㎡ 규모, 지상 20층, 지하4층 규모 청사를 지었다. 코레일유통 본사는 모기업인 코레일 대전 본사 면적 4만9780㎡보다 넓은 최상급 오피스 빌딩이다.

코레일유통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전국 철도역에 편의점 스토리웨이와 함께 식품, 생필품, 의류, 화장품 등 600여개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705억4160만원, 영업이익은 82억590만원, 당기순이익은 151억574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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