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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통장을 트고 대출까지 받는 편리함을 무기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이 시중 은행을 긴장시키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낮은 이율로 중금리 대출 시장 즉 저축은행이나 카드대부업체 수요를 흡수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대출이 고신용자에 집중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보인다. 대환대출(대출갈아타기) 및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어렵다는 서비스 문제점도 여전하다. 잦은 먹통과 보안 취약 우려도 진행형이다.

우리보다 20여년 이른 인터넷은행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확신하기에 이르다는 뜻이다.

고(高) 예금금리 이율, 저(低) 대출이율 구조상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중ㆍ장기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스스로 혁신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장점이 편의성이고 그 편의성이 은행업이 아닌 IT(정보기술)서비스에서 나온 노하우가 원천이라면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분석한 금융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편리ㆍ실속' 비대면은행 돌풍…카뱅이 금융권 경쟁 불지펴

지난 4월에 케이뱅크에 이어 7월 카카오뱅크가 닻을 울렸다. ICT(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전면 비대면 은행의 등장은 24년 째 새로운 경쟁자가 없던 시중은행에 자극제를 넘어 충격파를 던졌다.

후발 주자 카카오뱅크가 출범 1개월만에 300만계좌를 돌파하고, 여ㆍ수신금액이 각각 1조4090억원 1조9580억원에 달할 것이 단적으로 방증한다. 4월 3일 정식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도 100일 만에 계좌 수 40만 개, 예금·대출은 모두 6000억원을 넘어섰다.

'신생아'인 인터넷은행이 개인 신용대출과 해외 송금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기존 은행이 무대응이 아닌 맞대응에 나선 점에 볼 때 국내 은행산업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가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기 효과란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카카오뱅크는 경쟁에 불을 지핀 도화선이다. 카카오뱅크 초기 예적금 금리는 연 2.0~2.2% 수준으로 시중은행에 비해서 최대 0.8% 정도 높다. 또 지난달 16개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3%인데 카카오뱅크의 경우는 평균 3.60%였다. 1%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러자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7월 일반신용대출 금리를 전달보다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6월 평균 4.35%에서 7월엔 4.29%로 금리를 낮췄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4.70%에서 4.43%로, NH농협은행은 3.49%에서 3.46%로, 우리은행은 3.83%에서 3.71%로 금리를 내렸다.

해외 송금 수수료 부문에서도 카카오뱅크가 기존의 10분의 1이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공하자 시중은행들도 신규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정체돼 있던 기존 은행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 고신용 대출 치중…대환∙주택담보대출 서비스도 미흡

하지만 문제점도 뚜렷하다. 인터넷은행이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을 통한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다. 인터넷은행 돌풍이 출범 초기 반짝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인가 취지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적용받았던 중신용자와 청년층 등을 '금리 인하'로 배려해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주로 이뤄지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카카오뱅크의 출범 후 1달 간 신용등급별 대출 건수를 살펴보면 1~3등급 고신용자가 66.7% 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중ㆍ저신용자(4~8등급)에 대한 비중은 33.3%에 불과했다.

케이뱅크도 전체 신용대출액 가운데 신용등급 1~3등급에게 빌려준 돈이 60%, 4등급 이하가 40% 수준이다. 금리 기준으로는 중금리 대출이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에 주력하겠다며 영업권을 따냈는데 실제로는 기존 은행과 다름없이 안전 위주로 고신용자 대상 여신영업을 해온 것이다.

출범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품 다양성 부문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개인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중심으로 여신서비스를 제공할 뿐 전월세 보증금 및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소상공인 신용대출, 대환대출 등의 서비스는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주택담보대출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대환대출은 비대면의 한계점으로 서비스 제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저금리 대출 기조가 유지되지 않은 변덕도 한계로 꼽힌다.

케이뱅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7월 3.76%에서 8월에는 5.59%로 상승했다. 자산관리 차원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연 최저 2% 중반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대출자가 몰리면서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 통장 최저금리를 연 2.83%에서 연 2.98%로,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2.83%에서 2.88%로 올렸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7월 낮췄던 대출 금리를 8월엔 일제히 끌어올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온라인 거래를 하기 때문에 보이스 피싱을 비롯해 각종 금융 사기 우려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 차별화로 개별 수익모델 구축한 해외 사례 벤치마킹해야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은 미국에서 설립됐다.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지난 1995년 10월에 등장한 이후 미국에서는 2000년 초반까지 30여개 이상의 인터넷은행이 설립됐다.

초기 인터넷은행들은 부족한 기술력과 낮은 브랜드인지도 등으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특화 상품을 내세워 인터넷은행만의 차별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은행의 2014년 3월말 현재 총자산은 4582억 달러로 2000년 이후 연평균 19%가 증가했다. 총예금은 3267억 달러로 미국 전체 상업은행 대비 각각 3.3%, 3.1%의 비중을 기록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수익성도 개선돼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7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미국 상업은행 전체 순영업이익의 5.3%를 차지했다.

찰스 슈왑 뱅크(Charles Schwab Bank), 디스커버리 뱅크(Discover Bank)로 대표되는 미국 인터넷은행은 대부분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앨리뱅크(Ally Bank)와 같이 제조업체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특화사업으로 비이자 이익 비중을 높여 수익모델을 구축한 경우도 있다. 증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모기업인 경우에는 인터넷은행을 통한 업무범위 확대와 신규 사업진출 등으로 영업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 최초의 전문은행인 재팬 넷 뱅크(Japan Net Bank)는 지난 2000년 10월 출범했다. 일본의 인터넷은행은 비금융회사와 기존 시중은행이 공동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경우가 많다.

일본 대표 인터넷은행인 SBI 스미신 넷 뱅크(Sumishin Net Bank)는 소프트뱅크 계열 금융그룹인 SBI홀딩스와 일본 3대 금융그룹인 스미토모(Sumitomo) 그룹 계열 신탁은행인 스미토모 미츠시 트러스트 뱅크(Sumitomo Mitsui Trust Bank)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SBI 스미신 뱅크는 SBI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와의 협업과 1년 365일 24시간 금융서비스 제공 영업전략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했다.

소니(Sony)파이낸셜홀딩스(지분율 80%), 스미토모 미츠시 뱅킹 코퍼레이션(Sumitomo Mitsui Banking Corporation∙지분율 16%), JP 모건(JP Morgan∙지분율 4%)이 공동 설립한 소니뱅크(Sony Bank)는 보통∙정기예금, 모기지, 카드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 투자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 동향 및 국내 이슈 점검'을 통해 해외 인터넷은행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격 경쟁력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수익기반이 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소비자 편의성이나 만족을 중심으로 영업모델을 추구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시현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경우 높은 예금금리 이율과 낮은 대출 이율을 제시하는 예대마진 수익의 한계상 혁신적인 사업모델 없이는 메기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 자본금 확충은 땜질식 처방일뿐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전면 비대면 은행이라는 신선함을 내세워 낮은 금리와 빠른 업무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중∙장기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개별 사업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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