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韓·日에만 있는 '기형적 구조'...'리베이트' 따라 시장 점유율 갈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제조사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 유도"

삼성, 단말기 완전 자급제 회의적..."유통시장 붕괴시킬 것"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비싸도 너무 비싸다. 이젠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 제품도 등장했다. 휴대폰이 가계부 주름의 주범이 된 것은 이제 오래 전 일이다. 사실상 전 국민이 쓰는 공공재가 되었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에 대한 정부 대책은 그동안 전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휴대폰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소비자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5.3%는 ‘가계통신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부담을 느끼는 주요 요인으로 56%는 ‘비싼요금’을, 37%는 ‘비싼단말기 가격’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 선택약정할인 25%로 확대, 보조금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한 통신요금 절감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통신비 부담의 근본 문제 중 하나인 '단말기 가격'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 통신비 올리는 기형적인 유통시장 

국내 휴대폰 이용자의 98%가 이동통신사업자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한다. 이동통신사업자가 단말기와 동시에 이동통신서비스도 판매하는 기형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를 가진 나라는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대다수의 나라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한다. 이는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경쟁과 통신사의 서비스 요금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는 제조사의 가격경쟁이 없이 사실상 휴대폰 대리점의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전쟁만이 존재한다. 

더 많은 리베이트를 주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상품을 판매업자들이 소비자에게 권유하고 판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는 연간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판매업자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유통 구조도 문제다. 제조사-이동통신사-직영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에서 리베이트와 유통비용은 불어간다.

고객들은 같은 단말기 가격, 같은 통신서비스에서 지원금 등만 고려해 휴대폰과 이동통신사를 선택하게 된다. 판매원이 권유하는 단말기나 통신서비스가 리베이트에 따른 것이며 이는 곧 소비자 부담이 된다는 생각은 못한다.

9월 말 폐지 예정인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보조금 상한제’가 통신비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입고객 유치를 위해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안 된다.

오히려 통신비를 이동통신사업자가 쥐락펴락하게 되며 통신비 부담 절감을 이동통신사업자에게만 의지하게 된다.

또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어디까지나 규제를 완화한 것이지, 이동통신사업자가 보조금을 확대할 의무도 필요도 없다. 실제 보조금 상한제가 시행 중일 때도 상한선인 3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통신사는 드물었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항상 피해자가 된다.

◆ 대안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거론되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업자가 각자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경쟁을 하며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가 적용되는 몇몇 재화를 제외하고, 소비자는 항상 최저 가격으로 최대 효율을 누리기 원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실시되면 소비자 요구에 맞춰 자연스레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9월 18일 국회에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통사는 그동안 요금과 서비스 경쟁보다는 보조금 경쟁을 통한 가입자 유치에 치중했고 이러한 양상은 소위 단통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그 결과 현재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은 물론 통신 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라며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완전 자급제 도입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단말기 제조업자 간 출고가 경쟁, 통신사업자 간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핵심 내용은 단말기 판매점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휴대폰을 판매하도록 하고 이동통신사업자는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다만 이동통신사업자 직영 대리점을 제외한 이동통신서비스 대리점은 과학기술정부통신부장관의 허가가 있을 경우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다.

단말기 제조업자와 판매자가 지역, 나이 등의 특정 조건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도 금지한다. 또 단말기 제조사는 지원금 지급 내용과 지급 요건을 공시하도록 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 LG 등의 휴대폰 제조사들은 단말기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말기 기종의 다양화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하나의 주력 모델이 아닌 소비자 성향과 연령 등에 따른 차별화된 가격을 선보이는 것이다.

또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을 공시하게 되며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자신이 받는 혜택이 얼마이며, 단말기 원가는 얼마인지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 삼성, '단말기 완전 자급제' 반대 왜?...판매 대리점 줄도산 우려도

다만 기업입장에서는 달가운 법안이 아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전 세계에 동일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각종 프로모션, 지원금 등을 통해 가격을 할인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를 두고 국내 대표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LG의 입장이 갈린다. 

크게 반발이 없는 LG에 비해 삼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수도, 경쟁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단말기 가격 하락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8월 1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진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한국영업 총괄 전무는 “(휴대폰 완전 자급제에 대해) 우려가 된다. 저희(삼성) 전체로 봤을 때는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단말기 가격을 한국 시장만 조정할 수는 없다.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휴대폰)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유통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제조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 비슷한 가격, 비슷한 모델로 경쟁하기 보다는 새로운 가격대와 모델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리베이트가 주수익인 판매대리점의 줄도산도 예상된다.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우는 더 이상 장려금이 필요없이, 통신서비스 상품에 따른 지원금만 지급하면 된다.

리베이트 영업을 통해 유통 장악력을 확보한 제조사들은 요금 경쟁력 등을 통해 경쟁을 하게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은 한집 건너 있던 판매대리점이 필요 없게 된다.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각사마다 리베이트가 달라 리베이트를 더 많이 주는 휴대폰과 통신사를 권유해왔다. 휴대폰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고 지원금을 공시할 경우, 단말기 가격에 상당한 리베이트가 포함됐다는 것을 고객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리베이트 등을 줄이고 원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 폰팔이(판매업자)들도 망하고 삼성 등의 제조사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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