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롯데제과 상반기 중국 매출 반토막...20여개 계열사 중국법인도 직간접 타격

중국당국 롯데 전 사업장 세무조사...선양 롯데월드, 청두 복합단지 상업시설 공사 중단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정문 앞에 경찰관이 서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곤욕을 치러온 롯데가 결국 롯데마트를 철수하기로 했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112개 롯데마트 매장(마트 99곳, 슈퍼 13곳)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매각 초기 단계로 매각 대금은 아직 추산되지 않았다. 롯데는 개별점포 또는 전체점포를 묶어 파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와 함께 롯데제과, 롯데칠성의 매각설도 나왔으나 롯데 측은 이에 대해선 부인했다. 백화점 사업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매각 초기 단계로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매각은 아니고 효율성 측면에서 구조조정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양 롯데월드 상업시설 단지 공사의 경우 11월 중단 이후 공사를 못하고 있고 청두는 상업시설의 인허가가 안나 착공을 못하고 있다"면서도 "선양과 청두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한국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11월 말부터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올 3월부터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도 취했다.

롯데마트는 112개 점포 중 87곳이 중국인들의 보복 항의와 중국 당국의 단속으로 이미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영업정지가 풀리더라도 중국에서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돼 왔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600억원에 이어 최근 3400억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매출없이 임금 등 고정비용이 계속 나가며 연말까지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마크로' 점포 8곳을 780억원에 인수한 뒤 2008년 6월 중국 1호점을 오픈했다. 이어 2009년 중국 내 대형 마트인 '타임즈' 68곳을 7350억원에 인수하며 점포 수를 늘려왔지만 중국 진출 10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롯데마트의 중국 투자 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이번 철수로 4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가 2019년 오픈을 목표로 3조원을 투자하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1조원을 투입한 청두(成都) 복합단지도 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양은 주거와 상업시설 단지가 있는데 상업시설 단지 공사의 경우 11월 중단 이후 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청두는 상업시설 인허가가 안나 착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양 롯데타운은 중국 소방점검 결과에 따라 공사 중단 조치를 받았다.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2014년 백화점을 시작으로 영플라자, 영화관 등이 우선 오픈해 영업중이다. 롯데캐슬 전체 2개 동 중 나머지 1개동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두 복합단지는 아파트 1400여채 등 주거시설 부문은 이달 말 입주가 끝나지만 백화점 등 상업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를 아직 시작도 못했다.

롯데의 중국 식품사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 중국법인 매출은 롯데제과 194억원, 롯데칠성 142억원 등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반토막 났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중국 사업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세무조사와 생산중단 처분, 시설 보완 명령 등도 이어지며 이들 사업장의 철수도 거론된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의 20여 개 계열사들의 현지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유통(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식품(롯데제과, 롯데칠성), 관광·서비스(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시네마), 석유화학·제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금융(롯데캐피탈) 등 롯데의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에 투자한 자금만 롯데마트 2조원 등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중국 매장 철수에 대해 증권가에선 긍정적인 경영 판단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롯데쇼핑 주가는 불확실성 해소를 호재로 판단, 전날보다 8.41%나 오른 23만8500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롯데마트가 6~7월쯤부터 중국 사업 철수를 검토했지만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데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진행중이어서 최종 결정을 미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 중국 사업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며 기업가치 훼손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국 사업철수로 연간 1000억원의 잠재부실이 사라질 경우 지주사 분할 합병 기준으로 매출액은 약 8% 줄어들지만 영업이익은 14% 이상 개선되는 효과와 함께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원 추가상승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장기 성장 동력으로 진출했던 중국 사업의 철수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업이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1조4000억원으로 중국 마트 매출을 넘어섰고, 올해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구 2억6000만명과 베트남 인구 1억명을 고려할 때 롯데쇼핑이 성장을 추구할 시장으로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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