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어 OCI머티리얼즈·LG실트론 인수, 반도체 수직계열화

동양매직 인수 가전사업 진출, BMS공장 인수 바이오 사업 확장..재무 부담, 지배구조 개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그룹>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최근 재계에서 가장 왕성한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는 곳은 SK그룹이다. 2015년 8월 사면되며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M&A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올 초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M&A와 지분투자 등 전략 투자에도 4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복귀 직후인 2015년 11월 SK㈜를 통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를 약 48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 반도체 제작의 핵심 기초 소재인 웨이퍼 제조사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사업을 확대 중인 SK는 SK머티리얼즈에 이어 SK실트론까지 보유하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엔 SK네트웍스를 통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하며 가전 사업에도 진출했다. SK그룹은 2020년까지 SK매직 매출을 1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6월엔 SK바이오텍이 글로벌제약사 BMS아일랜드의 공장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 확장도 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의 해외 공장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인수 가액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또 8월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의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 부문을 약 4225억원에 인수, 고부가가치 포장재 사업의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나섰다.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 도대성가스, 도시바 반도체 부분 등의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SK그룹의 M&A는 현재도 왕성하게 진행중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와 관련한 업체의 1순위 인수후보로 꼽힌다.

SK는 지난해 말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교체하며 조대식 의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M&A에서 성과를 내온 CEO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M&A 컨트롤타워인 'M&A그룹'을 신설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투자가 늘면서 커지는 재무적 부담은 SK그룹 M&A의 과제다.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정유·석유화학(SK이노베이션)·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재무 부담을 얼마나 완화해 줄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SK그룹은 또 반도체 분야의 성장을 위해 지배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손자(孫子)회사로 투자와 M&A 등에서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SK그룹 최근 M&A 현황.<자료=SK그룹>

◆섬유에서 석유, 통신, 반도체까지...M&A로 재계 4위

SK그룹은 1953년 적산기업인 선경직물을 불하받아 선경합섬, 선경화섬 등을 창립하며 국내 굴지의 섬유회사로 성장했다.

창업주인 최종건 선대 회장은 1973년 3월 선경개발을 통해 경영난을 겪던 정부 소유의 워커힐 호텔을 26억원에 인수했다. SK그룹의 최초의 M&A다.

이후 SK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석유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산업을 하나로 묶는 수직계열화 준비에 착수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의 민영화가 추진되자 유공을 인수해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SK는 유공을 인수한 뒤 종합 에너지·종합 화학기업으로의 과감한 기업 변신을 단행했다. 중소계열기업 16개를정리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 1991년 6월 9개의 신규 석유화학공장을 준공시켰다.

정보통신 사업 진출 준비에도 나서며 1994년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4271억원을 들여 인수, 정보통신 사업에도 진출했다. SK텔레콤은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 성공하며 정보통신산업을 국가 대표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놓게 된다.

특히 2012년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대표적인 M&A 성공사례로 SK그룹의 사업체질을 수출주도형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발판이 됐다. 

최태원 회장은 시장의 반신반의 속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고 9조 원의 부채를 가진 부실 덩어리 하이닉스반도체는 SK그룹의 알짜회사로 거듭났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C&C, SK플래닛 등 SK그룹 내 ICT(정보통신) 계열사들의 지난해 거둔 매출은 총 37조4000억원 수준으로 수출액은 17조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한편 올 2월 상장 폐지된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인터넷사업은 SK의 대표적인 M&A 실패 사례로 꼽힌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2년 라이코스 인수를 시작으로 싸이월드, 이투스, 이글루스, 엠파스를 인수했지만 2012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

SK그룹은 아울러 금산 분리 원칙에 따라 SK증권 지분 전량을 매각, 증권업에서 손을 뗀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SK증권은 25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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