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최대 강자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 후 대규모 M&A 사실상 스톱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 강화....SSIC·삼성넥스트, AI·IoT·AR·VR 등 스타트업 투자 

서울 논현동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고객들이 ‘하만(Harman)’의 컨슈머 오디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국 삼성디지털 프라자에서 하만의 오디오 제품을 전국 대형 매장 30개를 중심으로 판매한다. <사진=삼성전자.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삼성은 지난해 11월 이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초로 예정됐던 사장단 인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은 지난해에 하반기에만 하만 등 4건 등 6건의 대규모 M&A를 진행했지만 이재용 부회장구속 이후에는 이렇다할 만한 M&A 실적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가 인정되고 유죄가 선고되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투자와 M&A가 모두 중단된 것은 아니다.

삼성은 30여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업무를 진행해 왔으며 2012년부터는 실리콘밸리 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 2010년 이후 M&A 21건...하만 9조6천억원에 인수 등 전장 사업 본격화

2010년 이후 가장 지난해까지 M&A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이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은 7년간 21건의 M&A를 진행했다. 거래 금액만 11조3816억원에 달했다. 30대 그룹의 M&A 거래액 57조9135억원의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도 7건의 M&A를 성사시켰다. 30대 그룹 M&A 25건 중 30%에 달한다.

삼성은 특히 지난해 11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장치를 만드는 전장업체인 하만을 약 9조 6000억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은 하만외에도 반도체 기업 그란디스, 클라우드 기반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업 엠스폿,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 기술력이 있는 미국 기업을 주로 인수했다.

M&A에 성공한 역사가 많지 않은 삼성의 하만 인수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이 완성차를 만들지는 않아도 하만의 인수는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입에 강한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서비스 등 하만의 전장사업 영역 시장은 지난해 4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5G통신∙OLED∙인공지능(AI)∙음성인식 등 부품 및 UX 기술과 모바일, CE 부문에서 축적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하만의 전장사업 노하우와 결합,  혁신적인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반도체·금융 등 M&A로 성장한 삼성

삼성은 1950년대부터 M&A의 강자였다. 반도체·금융·유통(현 신세계) 등 현재 주력 사업군의 대부분이 1950~1980년대 M&A를 통해 그룹의 성장동력이 됐다. 마땅한 인수후보가 없었던 가전 부문은 일본기업과의 합자로 기술을 도입해 키웠다.

삼성이 1958년 인수한 안국화재, 1963년 인수한 동방생명은 오늘날의 삼성생명보험으로 성장했다.

1969년엔 일본 산요와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했고 1970년엔 일본전기(NEC)와 현 SDI의 전신인 합자회사(현 SDI)를 세웠다. 1974년에는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의 초석이 된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1990년대엔 이건희 회장의 ‘월드 베스트’ 전략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반도체, 브라운관, 컴퓨터, 카메라 제조업체 등 10여개의 글로벌 기업의 M&A를 성사시켰다.

1994년 미 컴퓨터업체인 AST를 인수했다가 손실을 입은 이후 주춤했던 M&A는 2010년 이후 다시 활발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삼성그룹은 1년 반 사이 삼성전자만 7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등 11개 기업을 M&A했다. 프린터온을 시작으로 루프페이, 비브랩스 등의 인수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구축해왔다.

삼성은 실리콘밸리 조직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넥스트를 설립, 국내외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 M&A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실리콘밸리내 삼성 사무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직원들. <사진=삼성전자>

◆ AI, IoT, VR 등 미래사업 스타트업 투자 확대

삼성전자는 특히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해 오고 있다.

삼성은 IT 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조직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넥스트를 설립, 국내외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 M&A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벤처캐피탈 투자펀드 ‘삼성 넥스트 펀드’는 올 1월 출범 이후 스타트업 50곳 이상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넥스트는 미래 성장동력인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보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바일 커머스 분야에서 세계 곳곳에 위치한 혁신기업을 찾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7월초 초 텍스트투스피치(TTS)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 스타트업 ‘이노틱스(Innoetics)’의 지분을 100%를 약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도 최근 영국의 프리미엄 오디오 업체인 ‘아캄(Arcam)’을 인수했다.

◆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삼성 위상 하락 불가피

적극적인 M&A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와 위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의 중단으로 올 2분기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쓸어 담으며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1등 공신 반도체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M&A와 설비 투자 등이 총수 부재로 적절한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은 수년 전부터 준비한 과감한 선제 투자와 연구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하만과의 협업도 구체화되지 못하며 삼성의 전장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최대 프리미엄 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빌트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데이코를 인수했지만 추가 투자 등에 대한 판단도 보류된 상태다.

각 계열사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M&A와 신사업 진출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삼성 M&A 현황.<자료=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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