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ebs 광복절 특집영화 '동주'(DONGJU; The Portrait of A Poet)=감독: 이준익/출연: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홍일, 신윤주(이여진 역) 최희서(쿠미 역) 김민우(고등형사 역) /개봉 : 2016년 2월17일/러닝타임 : 110분/ 시청연령: 12세이상.

70여년 전,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윤동주(강하늘 분)와 송몽규(박정민 분)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그저 시가 쓰고 싶었던 윤동주는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와 갈등하고 친구인 송몽규가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속으로 열등감을 삭힌다.

윤동주는 문예지를 함께 만들던 동갑내기 여학생 이여진(신윤주 분)에게 설렘을 느끼고, 창씨개명을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시를 계속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한다. 

일본 경찰의 철통 같은 감시로 뼈저린 좌절을 맛보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송몽규의 모습은 윤동주가 거부할 수 없는 내면 속 또 한명의 윤동주다. 

“어느 시대나 청춘은 있었고, 청춘은 언제나 시대 때문에 아파왔다. 지금의 세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시대가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각자가 처한 현실 앞에서 저항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뜨겁게 청춘을 보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모습은 오늘날 청춘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동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은 “영화를 찍으면서 윤동주 시인 역시 질투, 사랑, 미움, 행복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송몽규를 연기한 배우 박정민도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연기하면서 청년하면 떠오르는 꿈, 도전 등이 떠올랐다. 그만큼 그 시대를 정말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동주'는 어둠의 시대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살다 간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또 다른 시대적 고통속에 가슴앓이 하는 의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 줄 것이다.

영화 '동주'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삶 자체 뿐아니라 그의 시를 듣는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도 이준익 감독의 역점 포인트였다.

이준익 감독은 시와 영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들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강하늘의 담백한 목소리가 덧입혀진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은 영화 속 윤동주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과 맞물린다.

윤동주가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길'은 그들의 앞날을 예견케 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윤동주-

동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진과 나란히 밤길을 걸을 때는 '별 헤는 밤'으로 두 사람 사이의 풋풋한 감성을 더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패, 경, 옥/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마리아 린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별이 아스라이 멀듯이,/어머님,/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었인지 그리워/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내 이름자를 써 보고,/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윤동주-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 개명을 한 후 읊는 '참회록'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청년 ‘동주’의 고뇌와 시대적인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윤동주-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 점점 피폐해지는‘동주’의 모습과 강하늘의 담담한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서시' 윤동주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며 아픔을 전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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