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박찬익 기자] 건설업계 '최순실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박창민(64·사진)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1년 만에 중도 사임했다.

대우건설은 14일 박창민 사장이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회사 경영은 송문선 수석부사장 체제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새로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석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조직 및 수행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의 불명예 퇴진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 최순실 씨와 오고 간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본부장이 박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문자가 오간 뒤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 박 사장은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이에 최근 대우건설 노조는 감사원에 대주주인 산은에 대한 감사 청구를 제기하는 한편 산은에 대해선 회사 매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박 사장 선임에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 씨가 개입한 정황이 지난 박영수 특검에 의해 드러난 만큼 현 체제에서의 매각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매각 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퇴진 요구 피켓 시위를 넘어 본인의 거취 문제에 관해 공권력의 개입 가능성까지 현실화되자 박 사장은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선임 당시 숱한 잡음을 일으켰다.

대우건설은 박 사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 'CEO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건설은 전통적으로 자사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순혈주의가 강한데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주력분야인 플랜트 등 해외사업의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박 사장은 지난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1년 ~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주택업계에 인맥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지만 대우건설의 전공분야인 해외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대우건설 노조에서는 사장추천위원회는 사실상 거수기일뿐 사장 선임 과정에 산은과 정부쪽 입김이 작용했다고 봤다. 당시 사장 선임 작업이 파행을 빚으면서 S씨, Y씨 등 여당의 유력 인사가 박 사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우건설 안팎의 반발에도 대주주인 산은이 박 사장을 밀어부친 강수를 둔 것은 경영능력 측면에서 그가 회사 매각의 핵심인 주가 부양을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임 박영식 사장이 10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는데도 연임에 실패한 것은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올해말 비금융계열사인 대우건설을 매각해야하는 산은으로선 주가 띄우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임명 논란을 딛고 지난해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한 박 사장은 같은 해 4·4분기 빅베스(대규모 손실처리) 등으로 회계 이슈를 매듭지었다. 이후 올 상반기 478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경영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주가 부양은 신통찮다.

14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 주가(7310원)는 박 사장의 취임일인 2016년 8월23일(6040원)보다 21% 올랐지만 산은의 눈에 차기에는 역부족이다.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을 사들일 당시 주가는 1만8000원이었다.

여기에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과의 커넥션 파문이 결정타를 날린 셈이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사장 공모때 OB(Old Boy·대우건설 전직 임원)는 발탁 가능성이 있어도 다른 업체 인사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이었다"며 "안타깝지만 박 사장의 퇴진은 사필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