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인 전모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내 군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노예 공관병' 사건에 대한 군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당사자인 박찬주 대장(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나 그 부인에 대해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박찬주 대장 부부는 갑질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데다, 군검찰은 아직 공관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는 등 관련 증거조차 제대로 수집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주 사령관이 곧 있을 장군 인사 과정에서 예편할 경우, 사건을 이첩받을 민간 검찰은 공관 등 군시설을 상대로 한 증거수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방부 검찰단은 7일 박찬주 대장 부인 전모씨를 소환했다.

전씨의 법적 신분은 참고인이다. 전씨는 '노예 공관병' 파문의 주역이지만 박찬주 대장과 달리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군검찰에서는 전씨를 피의자로 입건할 수 없다.

박찬주 대장 부인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 내 군검찰단에 출두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사과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몇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에 비추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로 작정한 듯했다.

'공관병들을 괴롭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씨는 "잘못했다"면서도 "아들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대했는데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형제나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잘못했다'는 표현을 하긴 했지만, '아들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대했다'는 말은 공관병들에게 어떠한 해코지 의도도 없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박찬주 대장 부인은 이어 나온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씨는 '썩은 토마토나 전 맞은 공관병한테 하고 싶은 말 있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이 여단장급 이상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전씨는 "아니다. 절대 아니다"고 강력 부인했다.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제보내용에 따르면, 박찬주 대장은 육군참모차장 시절 전씨의 갑질을 견디지 못한 공관병 한명이 공관밖으로 뛰처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전속부관들과 공관병들을 모두 일렬로 공관에 세워놓고 "‘내 부인은 여단장(준장) 급인데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남편 박찬주 사령관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나타냈다. 

'(갑질에 대해) 박 사령관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런 박찬주 대장 부인의 태도에 비추어 박 사령관 부부는 '모르쇠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검찰은 아직까지 공관 압수수색이나 긴급체포 등 강제수사권을 발동하지 않고 있다.

군 검찰은 국방부가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4일부로 박 사령관을 형사입건 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군검찰단은 지난 5일 증거수집을 한다며 30명에 달하는 수사관들을 제2작전사령부에 내려 보냈다.

하지만 당시 군검찰은 압수수색영장도 발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찬주 사령관은 8일에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8일 장군 인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박 사령관에 대한 군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장군 인사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교체될 경우 박찬주 사령관은 전역하게 되고, 사건은 군 검찰에서 민간 검찰로 이첩된다. 

그런데 군부대는 군사보안시설이어서 민간 검찰은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어렵다. 

군인권센터는 "박근혜 게이트 당시 청와대가 군사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개연성이 충분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박찬주 사령관이 공관에서 철수해 민간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면 현장 증거를 확보할 방도가 없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양측의 진술만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고,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전모를 의혹 없이 밝혀낼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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