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억원대 뇌물공여,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朴 두 번째 증인거부...'전직대통령' 명함에 강제구인도 어려워

국민재판 성격, 피할수록 불리해 진다...법원이 용서해도 국민 납득 못해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결심까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 증인석에 서는 일은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중대한 탄핵사유 중 하나로 판단한, 국정농단 사태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형사재판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 왜 서로를 피하나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의 ‘뇌물죄’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증인출석을 거부했다.

지난달 5일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당시에도 같은 이유를 대며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장 집행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날 특검은 양재식 특검보를 직접 서울구치소로 보내며, 반드시 박 전 대통령을 출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완강히 거부했고 결국 구인장 집행에 실패했다.

법적으로 출석을 거부한 증인에 대해 강제 구인이 가능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여성인데다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있어 법적 절차까지 무시할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 뇌물죄의 피고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약 298억원의 뇌물을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과 함께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수뢰하고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양측은 뇌물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과 특검이 기소한 사실 중 어느 것 하나 인정하지 않는다. 

재판에서 여러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정작 당사자와의 만남은 지나치게 피한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죄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용 부회장은 입을 다물고 증언을 거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임에도 발가락 부상을 당했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증인 거부, 오히려 불리할 수도

헌법 12조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형사소송법 244조는 검사가 피고에게 ‘진술을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형소법 283조에는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위는 위법행위가 아닌 법이 정하는 자기 방어수단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앞에 두고 신문을 당하는 것이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법원이 중요시 여기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소극적 실체적 진실주의’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행위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뇌물수수와 공여에 대한 양형 감경 사유로 ‘진지한 반성’을 명시했다. 반성이 없는 피고의 태도는 오히려 가중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재판은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국정농단 핵심 사건에 대한 재판이다. 이들의 혐의 부인은 단순히 무죄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박근혜 정권과 재계 1위 삼성의 부정부패를 부인하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설사 법원이 무죄를 판결한다 해도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이들은 법원이 아닌 국민에게 해명한다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과 형소법에 따른 자기방어에 충실하기 보다는 오히려 당당하게 서로의 재판에 나서 정확한 진술을 하는 게 여론은 물론 재판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여론에 따라 판결을 내리지는 않지만 여론이 판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단정하기 힘들다.

이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있어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나아가 최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승계 내용이 담긴 박근혜 정부의 문건이 청와대 각 실의 캐비넷에서 발견되며 뇌물 혐의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공판은 오는 7일 열리게 된다. 이날 특검팀은 구형을 한다. 1심 판결은 8월 말께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박 전 대통령도 뇌물죄 유죄판결을 피하긴 힘들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