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첫 행보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난 이달 10일 오전 경기 광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에서 김군자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23일 오전 8시4분께 나눔의 집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고령으로 인한 고혈압, 만성기관지천식 등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김군자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37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 위안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은 세 번째다. 

1926년생인 김군자 할머니는 강원도 평창에서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10대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생활하다가 1942년 17살의 나이로 중국 지린성 훈춘 위안소로 강제동원됐다 1945년 강원도 철원으로 귀환했다. 귀환해 위안소에 끌려가기전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생활했지만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이후 줄곧 혼자 살았다. 1998년 나눔의 집에 입소해 운명하기 전까지 머물러 왔다.

김군자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구타를 당해 왼쪽 고막이 터져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3년간의 위안부 생활 동안 7차례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군자 할머니는 2007년 2월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하원이 주체한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해방 후 38일을 걸어 조국에 돌아왔다"며 "위안소에서 하루 40여 명을 상대했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며 끔찍했던 과거사를 증언했다. 또 매주 수요 집회에 나가 위안부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김군자 할머니는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 등을 모아 자신처럼 부모없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써달라며 2000년,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퇴촌 성당에도 학생들 장학금으로 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오전 김군자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여가부는 장례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故(고) 김군자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 하늘도 슬픈 듯 종일 비를 내리고 있다"며 "가해국인 일본의 온전한 사죄도 받아내지 못한 채 가시게 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림일 지정 및 추모사업을 추진한다. 가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연구소를 설치하고 국립 역사관도 건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사회적 인식확산을 위한 조사연구 및 교육,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고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차병원 지하 1층 특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25일, 장지는 나눔의 집 추모공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